독일로 귀화한 러시아인 1년새 6배로 증가
우크라 전쟁에 양국 관계 파탄
우크라 전쟁에 양국 관계 파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과 러시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지난해 독일 시민권을 취득한 러시아인이 전년의 6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0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로 귀화한 러시아인은 1만2천980명으로 2023년 1천995명에서 551% 증가했다.
시민권을 얻은 외국인 29만1천955명 가운데 시리아 출신이 8만3천150명으로 가장 많았다. 튀르키예(2만2천525명), 이라크(1만3천545명)가 뒤를 이었고 러시아 출신은 네 번째였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1만85명)을 포함해 가장 많이 귀화한 5개국 가운데 러시아 출신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고 통계청은 전했다.
통계청은 지난해부터 독일과 다른 나라의 이중국적을 허용한 게 러시아 출신 귀화자 급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민권을 취득한 러시아인의 평균 독일 거주기간은 14.5년으로 전체 평균 11.8년보다 길었다.
독일은 지난해 6월 새 국적법을 시행해 독일 시민권을 취득해도 기존 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귀화에 필요한 최소 거주기간을 8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학교와 직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외국인은 3년 만에도 시민권을 주기로 했다.
문턱이 낮아지자 지난해 시민권을 얻은 외국인이 2023년에 비해 46% 증가해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3년으로 단축한 거주기간 조항의 적용을 받은 귀화자는 7%였다. 다만 지난달 출범한 새 정부는 3년 만에도 시민권을 주는 국적법 조항을 다시 폐기하기로 했다.
독일에는 옛 동독에 살다가 정착한 소련 출신과 소련 붕괴 전후 이주민 등 20만명 넘는 러시아인이 거주한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등 옛 소련 구성국 출신을 합치면 러시아어 사용인구는 300만∼600만명으로 추산된다.
독일과 러시아는 과거 수십 년간 에너지 무역을 바탕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면서 앙숙이 됐다.
지난 5일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가 공개한 설문 결과를 보면 독일을 적대적으로 여기는 러시아 국민은 전체 응답자의 55%로 영국(49%), 미국(40%), 프랑스(32%) 등 다른 서방 국가는 물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43%)보다도 많았다. 전쟁 이전인 2021년 독일에 적대적인 러시아 국민은 1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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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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