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금지! 외출도 금지!” 한신의 1위 비결은 꼰대 스타일?
지도자 경험 전무한 후지카와 규지 감독의 성공 요인은
헤드샷 당시 격분한 후지카와 감독의 모습. 유튜브 채널 サンテレビ 캡처
[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겨울이다. 한신의 새 감독이 낙점됐다. 후지카와 규지다.
나이가 젊다. 이제 44세다. 아무렴 어떠냐. 팀의 레전드 마무리 출신이다.
딱 하나가 걸린다.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감독은커녕, 코치 경력조차 없다. 그야말로 초짜 지도자다. 너무 이른 것 아닌가. 과연 괜찮을까. 주변의 걱정이 컸다.
말로는 오카다이즘(Okadaism)을 계승한다고 했다. 전임 감독(오카다 아키노부, 67)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취임 일성이었다.
왜 아니겠나. 무려 38년 만에 일본시리즈 우승(2023년)을 안겨준 명장이다. 그의 지도 스타일을 본받겠다는 소식에 팬들이 안심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나이는 훨씬 젊다. 그런데 훨씬 빡빡하고, 간섭하는 게 많다. 선수들을 휘어잡겠다고 작정한 사람 같다.
11월 마무리 캠프 때였다. 1호 지시 사항이 내려진다. ‘금연’이다.
선수는 당연하다. 감독, 코치까지 모두 대상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프런트 임직원까지 포함시켰다. 야구장 어디서도 담배 연기가 보여서는 안 된다.
금연 조치는 홈구장(고시엔) 뿐만이 아니다. 원정 구장도 포함된다. 가까스로 예외 규정을 허용한다. 숙소나 이동 중에는 괜찮다. 그러니까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안 된다’. 그런 취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2호 조치가 발령된다. 이번에는 ‘외출 금지’다. 일과가 끝난 다음에는 숙소에 정위치 해야 한다.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 정도만 허용된다. 훈련일 뿐만이 아니다. 휴식일도 포함된다. (24세 이하에 한정)
선수들 입이 댓 발은 튀어나온다. ‘이게 뭐냐.’ ‘교도소냐.’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신 타이거스 공식 SNS
그리고 개막 두 달이 지났다. 벌써 60게임 가까이 소화했다. 정규시즌 143경기 중 40%를 넘겼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순위표 맨 위가 한신 타이거스다. 59게임에서 35승 21패 2무를 기록 중이다. 승률이 6할에 육박한다. 0.593으로 센트럴리그 1위를 질주한다. 2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 3.5게임 차이로 앞섰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라이벌전 결과다. 숙적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만나면 신바람을 낸다. 8승 4패의 우위를 지키고 있다.
이쯤 되면 다 소용없다. 성적이 만병통치약이다. ‘경험이 없다, 본사의 낙하산 인사다, 젊은 꼰대다’. 그런 비난 여론 따위는 모두 잠재웠다.
대신 칭송이 자자하다. 화끈한 리더십이 돋보인다.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누구보다 팀을 잘 안다. 용비어천가 같은 분석들이 등장한다.
사실 한신은 최고의 인기 팀이다. 때문에 성적에 취하기 쉽다. 2023년 우승의 후유증이 지난해에 나타났다. 절실함이 사라진 탓이다. 중요한 고비에 힘을 쓰지 못했다.
요미우리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심지어 포스트시즌 때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3위 DeNA에 2연패, 하극상의 희생양이 됐다.
그 결과가 감독 교체였다. 오카다가 물러나고, 후지카와가 집권했다. 그리고 선수단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OSEN DB
담배만 해도 그렇다. 전임 오카다 감독은 유명한 애연가다. 이닝 중간이면 매번 덕아웃 뒤 휴게실을 찾는다.
이는 소통에도 이용된다. 감독과 선수가 사이좋게 흡연 시간을 갖는다. 한 대 태우면서, 속에 있는 얘기가 오간다. 흔히 말하는 ‘오카다 타임’이다.
외출 금지도 비슷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다. 거기도 술 사주겠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 이른바 ‘타니마치(タニマチ)‘라고 부른다. 스모(일본 씨름)에서 유래한 말이다. 저녁때 선수를 불러서, 거~하게 한 잔 사는 식의 교류를 뜻한다.
후지카와 감독도 스타였다. 현역 때 한두 번 겪어본 일이 아니다. 다 부질없다. 다음 날 운동할 때 힘들기만 하더라. 왜 모르겠나.
대신 그의 장점이 있다. 조직 관리의 비결은 화끈한 ‘내 새끼 편들기’다.
만약 한신 타자가 투수 공에 맞았다. 가장 먼저 달려 나가는 것이 감독이다. 상대 벤치를 향해 일전불사를 외치기도 한다.
이 장면에서는 메이저리그 출신답다. ‘이리 와봐라.’ 영어로는 ‘Come On’이다. 부르는 시늉으로 검지를 까딱하기도 한다.
그것 때문에 선배와 의도 상했다. 한때 팀 메이트였던 히로시마 카프의 아라이 다카히로 감독이다. 5년 간 한솥밥(한신)을 먹던 식구였다. 얼마 전 빈볼 시비 때 도발로 기분이 상했다.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다.
사실 NPB에서 ‘친형 리더십’은 단골손님이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감독에 부임하는 경우 말이다. 주니치 드래곤즈의 다쓰나미 가즈요시가 그랬고, 세이부 라이온즈의 마쓰이 가즈오가 그랬다.
이들은 한결같이 강한 훈련과 엄격한 규율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지금은 요미우리의 아베 신노스케가 있다. 그 역시 몇 차례 꼰대 스타일을 지적받았다.
반면 후지카와는 색이 진하지 않다. 비교하자면 수평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럼에도 몇 가지 조치(금연, 외출금지) 탓에 같은 유형으로 분류되는 현실이다.
/ [email protected]
백종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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