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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룡의 신 영웅전] 경주 최부자의 유산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만나서 혼담이 오가다 보면 가문에 대한 긍지가 하늘을 찌른다. 그러므로 세계에서 친족의 용어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이런 혈연이 험한 세상 살다 보면 그늘이 될 수 있지만(『구약 잠언』 17장 17절) 서양의 경우에는 넓은 땅과 혈통과 학벌과 덕망이다.

그런데 한국의 명문가는 반드시 지주일 필요가 없었다. 가난한 명문가도 많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대에 당상관 대제학과 부마가 몇 명인가로 따졌다.

이런 가운데 유독 경주 최부자 댁이 명문인 것은 특이하다. 하기야 시조가 최치원(崔致遠)이며, 병자호란에 순절한 최진립(崔震立)이 중시조이며, 동학 교주 최제우(崔濟愚)가 현대사의 큰 별이니 가문으로 따져도 빠질 것이 없지만, 경주 최부자 댁이 현대까지도 명문가인 것은 대토지 소유주였기 때문이고, 그것도 단순한 땅 부자가 아니라 널리 베풀었기 때문이었다.

서구의 경우에는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가(shaping)보다 얼마나 베풀었는가(sharing)에 더 큰 방점을 찍는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경주 최부자는 서구에 태어났어도 귀족이 될 집안이었다. 그 집안의 가훈(六訓)은 이렇다.

①흉년에 땅을 사들이지 말아라 ②사방 백 리 안에 굶는 이웃이 없도록 하라 ③소출은 1만 석을 넘지 않아야 하며, 그보다 넘는 곡식은 베풀어라 ④벼슬은 진사 이상을 탐내지 말아라 ⑤나그네를 그냥 보내지 말아라 ⑥새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우리 주변을 보면 많이 베푸는데도 재산이 느는 이가 있고, 당연한 것마저 아끼는데도 궁핍해지는 이가 있다(『구약 시편』 11장 24절). 그렇다면 아낀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베푼다고 가난해지는 것도 아니더라.

우리가 떠날 때 남는 것은 베푼 음덕(陰德)밖에 없다. 부처님은 왜 우리에게 빈손을 펴 보이고 있을까? 그런즉 무엇이 아까워 그리 벌벌 떨며 살아야 하나?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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