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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워런 버핏의 비범함을 만든 ‘매직3’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워런 버핏은 5월 3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올해 말에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나이 94세이니 회장을 맡은 지 60년 만이다. 회장으로서의 성과는 화려했다. 작은 섬유 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1962년에 인수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주가를 6만7000배로 올렸고 시가총액 세계 8위 기업으로 만들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의 기술 기업과 국영 석유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섬유 제조업체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복합기업이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애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가 65%를 차지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신기술이나 신약 개발로 세계 8위 기업에 도달한 게 아니다. 비범함이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비범하게 되었을까? 매직(magic)이다. 이유를 찾아보았다.

세계 시총 8위 버크셔 해서웨이
신기술·신약개발 등 없이도 일궈
‘주식·배분·복리’ 세 가지가 비법

첫째, 버핏은 주식이라는 자본을 보유했다. 부동산은 투자하지 않았다. “다시 젊어서 투자를 시작하면 여전히 부동산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하지 않겠다”고 했다. 부동산은 계약이나 세금 등 투자 과정이 불편하고 주식처럼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이 나오는 때가 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주식은 선택지가 다양하여 좋은 기업들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둘째,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을 잘했다. 미국 기업의 주식을 샀다. 버핏은 자신의 성공 이유에 대해 미국에서 태어난 덕이라는 얘기를 종종 했다. 자신이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후의 고도성장을 구가했기에 시기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 중에서 자본 대비 수익이 높고 수익의 변동성이 채권의 이자처럼 낮은 곳에 투자했다.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하고, 규제를 받지 않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에 자본을 배치했다. 이 원칙을 지켰기에 투자가 소수의 기업에 한정되었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복리 효과를 극대화했다. 투자 파트너십을 25세에 시작하여 거기서 번 돈으로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하지 않고 수익을 재투자했다. 회사의 자본수익률(ROE)이 사람들의 요구수익률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편 주식 시장에서 가격이 과도하게 낮아지면 자사주를 사서 소각했다. 자본수익률을 극대화하면서 수익을 재투자한 것이다.

버핏은 입버릇처럼 ‘오래 살며 높은 수익률로 돈을 복리 투자하라’고 했다. 60세 이후에 불어난 자산이 전체 자산의 90%를 넘는다고 하니, 70여년에 걸쳐 복리 효과를 몸소 보여준 셈이다.

‘주식, 배분, 복리’, 이 셋은 워런 버핏을 비범하게 만든 매직이다. 애플처럼 세상에 없던 전화기를 내놓지도 않았고 포드처럼 생산 과정을 혁신하지도 않았다. 버핏의 매직3는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생애자산관리를 할 때는 젊을 때부터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게 합리적인 데 이를 따르지 않는다. 퇴직연금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등을 도입하여 주식 비중을 높여 보고자 했지만 결국 원리금 보장상품 보유로 귀결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자산에서 주식 비율이 극단적으로 낮다.

주식을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버핏과 같은 자본 배분은 따라 하기 쉽지 않다. 버핏 자신도 일반인이 따라 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사든지 아니면 S&P500이라는 미국의 500개 대형 주식을 매수하라고 했다. S&P500만 사도 10년 지나면 펀드매니저 성과 순위의 10% 안에 들게 된다고 했다.

다만, 경제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글로벌 투자는 S&P500을 중심으로 하되 중국과 인도 주식을 분산해서 갖는 게 좋다. 지금은 버핏이 투자했던 2차 대전 이후와 다르다. 당시는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이 전쟁으로 피폐한 상황에서 미국 홀로 성장할 때였지만 지금은 중국과 인도라는 큰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글로벌 주식 투자가 미국에 극단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자본 배분을 글로벌로 확대하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버핏은 1988년에 코카콜라 주식을 1400만주 사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주식 수가 2억주에 이른다. 삶이 그러하듯 시간의 무게를 이겨 내고 시간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버핏은 ‘비범한 결과를 내기 위해 반드시 비범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평범한 원칙을 잘 지키면 비범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음을 삶을 통해 보여 주었다. 심지어 평범하게 코카콜라와 햄버거를 먹으면서. 그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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