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자 외교무대는 국가 정상화 알릴 기회

6·3 조기 대선을 통해 이제라도 국정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으니 외교 복원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6일부터 순차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첫 전화통화를 했다. 통화 시간이 짧아 원론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미·일·중 순으로 통화한 것이 눈에 띄었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중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한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추진 공약이 반영된 듯하다.
미·일·중 정상과 연쇄통화 성사
G7이어 나토 참석도 검토 필요
경주 APEC을 실용외교 무대로
G7이어 나토 참석도 검토 필요
경주 APEC을 실용외교 무대로

일본은 미국의 동맹이면서도 관세 압박과 미군 주둔비용 인상 압력을 강하게 받는 한국과 동병상련 관계의 이웃이다. 이런 공통의 입장을 고려하면 원만한 한·일 관계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G7 정상회의는 향후 G9 또는 G10으로 확대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의 G7 옵서버 참석은 향후 G7 확대 시 가입할 가장 유력한 후보인 한국의 위상과 역량을 부각할 기회다.
오는 24~26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다. 초청을 받은 상태인 이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이해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교류하면서 존재감을 각인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나토의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간의 연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G7이나 나토에서 논의되는 모든 내용이 한국의 전략적 이해와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자외교는 이견이 있어도 최대한의 합의를 끌어내 공동성명을 발표하니 오히려 부담이 덜할 수 있다. 최근 G7이나 나토 정상회의는 러시아 규탄, 우크라이나 지원, 중국 견제 입장을 표명해왔다. 물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재설정할 필요가 있는 새 정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서구 국가들과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연대를 재확인해 새 정부 외교의 확실한 지향점을 강조하면 오히려 향후 중국·러시아와의 만남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초기의 어수선함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펼칠 절호의 무대다.
이 회의에는 아·태 지역에서 아세안,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포함해 미·중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 한국이 외교 역량을 최대한 잘 발휘한다면 국가 위상을 크게 드높일 수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참석해 한·중 정상회담 외에도 미·중 정상회담과 중·일 정상회담을 주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올해 예정된 주요 국제회의를 십분 활용해 리더십을 보여주고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수행하면 향후 이 대통령 임기 동안 한국 외교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지금의 국제사회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특징인 외교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경제력, 첨단기술력, 방산 능력, K팝 등으로 대표되는 탁월한 소프트 파워는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다. 선진국으로 진입한 한국의 위상은 험난한 시대에 엄중한 외교무대에서 국익을 관철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퇴행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 가운데 한국은 헌정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의 회복 능력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이 이런 자신감을 갖고 외교·통상 분야 우수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세계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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