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에 ‘셀프 감금’…경찰이 40분 설득해 꺼내
지난달 2일 대전동부경찰서 용전지구대에 한 남성이 들어왔다. 남성은 “여자친구가 금융감독원, 경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계속 통화하는데 어제 오후에 모텔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있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신고했다.신고를 접수한 형사과 박영권 경위 등은 모텔로 출동했다. 모텔에 있던 A씨(20대)는 출동에 당황하며 “(보이스피싱이) 아니에요”라며 손을 내저었다. 경찰관들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계속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테이블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지시로 추정되는 메모를 발견한 경찰관은 “경찰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느냐”고 설득했지만 A씨는 완강했다. 그 사이 경찰은 A씨가 범죄조직의 지시를 받고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잠시 뒤 대전동부경찰서 피싱전담수사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전담경찰관이 “보이스피싱이다. 조회하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악성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서 112에 신고해도 범죄집단으로 연결이 된다”고 설득하자 겨우 의심을 풀은 A씨는 휴대전화를 건넸고, 경찰이 ‘악성앱 탐지 어플’을 설치한 뒤 검색하자 3개의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된 게 확인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범죄조직의 꼬임에 넘어가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한 뒤 그들이 시키는 대로 앱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죄조직이) 여의도로 오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가면 ○○○ 과장이 만나준다고 했다”며 통화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대한 의심은 거두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전담수사팀은 “(통화를) 몇 시간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세뇌를 당한 것이다”라고 A씨를 다시 설득했다.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받은 서류를 검찰로 보내 확인한 결과 모두 가짜로 드러났다. ‘검찰에서는 영장, 공무원증, 서류 등을 파일로 보내거나 금융거래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회신을 확인한 A씨는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지 40분 만의 일이었다. 다행히 A씨는 금전적 피해는 입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조직이 모텔 등에 피해자를 보낸 뒤 혼자 있게 만들고 지속해서 세뇌하는 수법으로 범행이 진화한다”고 말했다.
신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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