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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의 시시각각] 아직도 20세기에 사는 국민의힘

지난해 4월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직후 ‘여당, 수도권 강화 없이 미래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인적 구성이 영남권에 편중된 국민의힘이 앞으로 ‘수도권 감수성’을 키우지 않으면 당의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내용이었다. 물론 국민의힘은 그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총선 참패 석 달 뒤 한동훈 대표 체제가 출범했지만, 용산과 당내 친윤의 견제에 막혀 한 전 대표가 보여준 건 별로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건희 여사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정권 차원의 위기가 닥쳤지만 국민의힘이 한 거라곤 용산의 방패 역할뿐이었다.

탄핵정국 방향 착오는 영남 의존 탓
수도권이 정치 주도권 잡은 지 오래
수도권 감수성 안 키우면 몰락 뻔해
비상계엄 사태는 국민의힘에 운명의 변곡점이 될 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고 보수의 새 판을 짤 기회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거꾸로 윤 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하는 길을 선택했고, 탄핵 반대에 올인했다. 그러니 이번 대선 결과는 국민의힘이 조금도 억울해 할 일이 아니며 완벽한 자업자득이다.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게 구도인데, 일방적으로 민주당이 유리한 ‘탄핵 찬성 대 반대’ 구도를 만든 건 바로 국민의힘 자신이다.

1월 15일 오전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김기현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영장 집행에 항의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에서 거대한 방향착오를 한 것은 역시 당을 지배하는 ‘영남권 정서’를 빼놓곤 설명하기가 어렵다. 영남은 보수의 아성이며 국민의힘의 대들보다. 현재 107명의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영남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영남 출신을 합치면 60%에 가깝다. 수도권보다 영남은 강경 보수의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에 매달린 게 핵심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보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주도권은 이미 수도권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 국회 지역구 의석의 48%, 대통령 선거 유권자의 51%가 수도권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289만 표를 앞섰는데 수도권에서만 195만 표를 이겼다. 수도권에서 이미 게임이 끝난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의 특성상 수도권에서 조금만 밀려도 결과는 참패로 나타난다. 지난해 총선에서 수도권 득표율은 민주당 53.7%, 국민의힘 44.4%였는데 수도권 의석수는 민주당 102석, 국민의힘 19석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났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가 윤석열 정권의 몰락을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은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이 호남이지만 선거가 영호남 대결로 가면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수도권 승부에 사활을 걸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민주당 당직자 가운데 호남 지역구 의원은 별로 없다. 심지어 대선 때는 일부러 호남 후보를 배제할 정도다. 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 모두 영남 출신의 변호사라는 게 어떻게 우연이겠나. 당과 지지층의 전략적 합작품으로 봐야 한다.

6월 3일 저녁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당직자들이 대거 자리를 뜨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영남만 싹쓸이하면 수도권에서 뒤져도 전체적으론 승리한다는 사고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과거엔 먹혔을지 몰라도 인구학적 변화 때문에 요즘엔 전혀 안 통한다. 수도권에서 밀리면 그대로 망하는 구조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재기하려면 당의 전략·정책 노선과 인적 구성을 철저히 수도권 맞춤형으로 쇄신하지 않고선 어렵다.

현역 의원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면 영남 색채가 짙어지기 때문에 수도권 원외 인사들의 발언권을 키우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 여론 변화에 당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수도권 인사가 정치를 편하게 하려고 영남으로 지역구를 바꾸는 건 꿈도 못 꾸게 해야 한다. 오히려 영남에서 3선을 하면 다음 총선은 무조건 수도권에 출마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을 중태에 빠뜨린 병명과 처방은 이미 나와 있다. 국민의힘이 영남 안주에서 벗어나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는 건 절체절명의 과제다.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김정하 논설위원



김정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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