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대 특검, 오래 끌수록 국가적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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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심판, 질서 회복 위한 진상규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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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지 않게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 해야
통합과 실용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1호 법률이 적폐청산 성격의 특검법이라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이 대통령 언급대로 ‘심판과 회복’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된 적은 없었다. 보복과 응징에 치우쳐 진영 간 분노를 키우고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자리만 바꾸는 역사가 반복됐다. 3대 특검법을 의결한 그제 국무회의에 윤석열 정부에서 특검 거부권을 건의했던 국무위원 상당수가 참여한 장면은 특검 정국이 내포한 정치적 긴장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별검사 임명 방식부터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구조다. 국민의힘을 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자를 한 명씩 추천해 그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마평엔 윤석열 정부에서 고초를 겪은 검찰 인사들이 거론된다. 국민의힘에선 수사 범위가 확대돼 당이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수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장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여러 혐의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구여권 인사들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파견 검사만 120명이 투입되는 매머드급 수사팀이 오히려 성과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특검이 규명해야 할 의혹은 수십 개에 달한다. 내란 혐의 외에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고급목걸이 수수 의혹, 선거 개입과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의혹,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해병 사망사건 관련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과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 등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규모 수사팀이 의혹의 환부만 제대로 도려내지 못하고 공명심에 사로잡혀 과잉 수사를 하게 되면 기간만 길어지게 된다. 방만한 수사는 국민의 신뢰와 통합엔 방해가 될 게 뻔하다. 연말까지 수사가 이어지고 내년에 공판까지 진행되면 중차대한 경제와 외교 문제에 매진해야 할 새 정부의 1년이 과거 청산에만 얽매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고 합리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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