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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터] 공익법,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윤호중 의원 등 6인 라운드테이블

5일 국회서 ‘공익 3법’ 전문가 토론
주식기부 확대, 공익목적 투자 등 논의

지난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익법인 제도개선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됐다. 김종걸 한양대 지속가능경제학과 교수,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김시원 더버터 편집장, 김현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왼쪽부터)이 토론에 참여했다. 김용재 기자
“공익법은 사실상 공익활동을 막는 법이다.”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 공익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기부금을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물리거나 이미 받은 기부금조차 기부금품법과 공정거래법, 부처별 규정에 따라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이유에서다. 공익법인의 정관에 명시된 사업이라도 소관 부처나 담당자의 이해 부족으로 ‘공익이 아닌 수익사업’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때도 있다.

새 정부 탄생을 계기로 제3섹터에서는 ‘공익법 개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랜 논의를 거쳐 가시화된 법안도 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주제인 ‘공익 3법’ ▶공익법인 주식 보유 한도 상향에 관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개정안 ▶공익목적 투자 확대를 위한 상증세법 개정안 ▶공익법인 운영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상 ‘공익위원회법’) 제정안 등이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전문가 6인이 참여하는 ‘공익법인 제도개선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지난 1월 공익목적 투자 확대를 위한 상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나머지 두 법안의 발의도 준비 중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김종걸 한양대 지속가능경제학과 교수, 김현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상임변호사,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가나다순) 등 학계·현장·법조계 리더가 참석했다. 공익전문 미디어 더버터의 김시원 편집장이 참석해 라운드테이블 전체 토론을 진행했다.



현행 공익법은 ‘브레이크만 달린 차’

▶김시원(이하 김)=라운드테이블에서 주로 다룰 세 가지 법안 즉 공익법인 주식기부 확대, 공익목적 투자 허용, 공익위원회 설치는 각각의 목적도 있지만 함께 연결될 때 더 큰 변화를 만든다. 이 세 축을 짚으며 공익법인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윤호중(이하 윤)=새 정부 2일차에 공익법인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서 다행이고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모토로 하는 ‘기본사회’를 이루는 데 있어 공익법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공익위원회법은 20대 국회부터 이번에 세 번째 발의다. 초반에는 공익법인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엄격하게 구성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공익법인 활성화와 기부문화 활성화에 무게를 둔 법안으로 바뀌었다. 오늘 논의할 법안 중 발의 안 된 두 개의 법안도 곧 제출을 완료할 예정이다.

▶김=현행 공익법 제도의 문제점부터 짚어보자.

▶이희숙(이하 이)=쉽게 말해 공익법이 공익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기부를 받기는 어렵게, 받은 돈은 잘 쓰기 어렵게 해 놨다. 면세 요건이 까다로워 기부해도 증여세를 내야하거나 기부받은 자산은 공익목적 투자나 융자 등 ‘운용’ 자체가 어렵다. 공익법인 재원은 오로지 기부금만으로 충당할 수 있게 해놓고, 받은 돈조차 사용처 등 단순 회계적으로만 따지고 적발한다. 목적이나 성과보단 천편일률적인 회계 법칙으로 따지는 것이다. 선진국 상황과는 정반대다. 독일·스웨덴은 주식 기부 비율 제한이 없고, 미국과 일본도 의결권 없는 주식 기부의 경우 각각 35%에서 50%까지 면세다. 공익법인의 공익 목적 투자, 융자 등 자산 운용도 대부분 허용된다.

▶김종걸(이하 종)=기부금은 시민사회에 피를 돌게 하는 ‘대동맥’인데, 법이 혈관을 꽉 막았다. 선진국까지 갈 필요도 없이 국내법끼리 중복 규제도 문제다. 공정거래법이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기부의 경우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15%까지 허용하는데, 상증세법에서 추가 규제가 들어온다. 이런 것들은 풀 때가 됐다.

▶김현대(이하 현)=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공익법인들의 공익목적 투자는 거의 제로(0)에 가깝다. 지금 하고 있는 곳이 한국사회연대기금과 행복나눔재단 정도다.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투융자 자체가 설립 목적인데 소관 부처가 투자는커녕 융자조차도 ‘수익 사업’이라며 막아버린다. 설립 당시 받은 자금 외 추가 기부금 유치도 쉽지 않다.

▶황영기(이하 황)=공감한다. 특히 공익사업과 수익사업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부분도 문제다. 현행법은 장학금과 같은 전통적인 자선복지만 공익사업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청년들이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분명한 공익활동인데 법적으론 아니다. 투자나 융자를 금지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졌단 의견에도 동의한다. 글로벌 자선재단 자금 30%가 상장지수펀드(ETF)에 들어가 있다. 다른 나라에선 공익법인이 기부금을 영리하게 운용해 재무적 지속가능성도 담보하고, 다른 조직에 투자해 생태계 자체도 키워내는데 우리는 못한다. 지금은 시속 300km를 달릴 수 있는 차를 사고 날까 봐 50km 이하로만 달리라고 말하는 꼴이다.

▶윤=20대 국회부터 법안을 꾸준히 발의해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공익활동 관련 현행법 대부분이 규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공익활동은 정부나 지자체가 할 일인데, 민간인이 왜 나서느냐’ 하는 권위적인 시대, 과거의 산물이다. 지금은 국민이 정부보다 빠르게 사회 문제를 포착하고, 정부 활동까지 감시하지 않나. 공익 관련법도 독려하고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악용 사례를 적발해 처벌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공익법인 제도개선 라운드테이블’ 참가자들. 김용재 기자


공익활동도 ‘기업가정신’을 담는다

▶김=개정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먼저 상증세법 개정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이=상증세법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를 다룬다. 첫째, 주식기부 면제 한도를 높이고 이에 따라 늘어나는 의무 지출금을 다른 공익단체에 배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결권이 없는 경우 30%까지로 상향하고, 일부 의결권을 갖는 경우 15%까지 늘린다. 두 번째는 공익법인이 자산을 공익목적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취약계층 인프라 지원사업, 사회적경제 사업 등에 대한 투자도 공익목적사업으로 인정된다.

▶김=주식기부가 우회지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던데.

▶이=적대적 M&A(인수합병)를 막기 위해서 임원 임면이나 합병, 영업양도, 정관변경 등에 관한 권한만 갖는 범위 내에서 15%로 비율이 제한되므로 우회지배나 편법 증여의 수단이 될 가능성은 낮다.

▶윤=주식기부 면제 한도 상향은 이중 규제를 없앤다는 관점으로 봐 달라. 상증세법의 면제 한도를 현행 공정거래법과 동일하도록 수정하는 것이다. 당연히 편법 승계 시에는 적발해 엄격하게 규제, 처벌할 것이다.

▶종=주식기부 확대, 공익법인의 공익목적 투자 허용 모두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시대상에 따라 법을 바꾸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과거엔 활동가적 헌신성을 중시했다면, 요즘은 공익활동에도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지 않나. 공익법인도 시장경제 사회의 조직이므로, 금융 도입을 환영한다. 미국에서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소셜 액션 비서관을 선임하고 공익법인의 사회투자를 강조했고, 영국도 빅소사이어티(Big Society) 정책에서 사회투자펀드의 운영을 중시했다.

▶황=정부의 복지제도는 보편적일 수밖에 없는데, 현장의 복지 수요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이다. 정부가 발견하지 못하는 틈을 빠르게 발견해 막는 게 민간이다. 상증세법이 개정되면 민간에 큰 자금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익법인 간 출자나 투융자가 가능하게 되는 점이 고무적이다. 영세 단체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단체들을 소위 ‘대기업’ 공익법인이 도와줄 수 있지 않겠나. 시민 인지도가 있는 초록우산 같은 공익법인들이 작은 공익법인들을 키우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하버드대학은 75조원을 운영하는 거대 해지펀드다. 별도 자산운용사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글로벌 30대 자선단체의 47%가 임팩트투자를 하는데, 우리는 2%에 불과하다. 사회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공적 재원도 들어와야 하고, 공익법인을 통한 융투자의 길도 열려야 한다.

▶윤=실제로 이 법안들이 공익법인들에 고루 적용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목적사업에 따라 공익법인들을 인증하고 관리하는 부처들이 나누어져 있다는 게 문제다. ‘공익목적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어떤 부처에서는 된다고 할 수도 있고 다른 데서는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이 법을 논의하면서 공익위원회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익위원회의 목적은 공익활동 활성화


▶김=자연스럽게 ‘공익위원회법’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다. ‘공익’이라는 말의 범위가 무척 넓은데, 이 단어를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나 싶다.

▶윤=공익이라는 말은 법률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새로운 사회적 가치가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공익위원회’에서 해석하고 새롭게 규정해나가면 좋겠다.

공익위원회법은 개별 주무 부처, 기부금품법, 상증세법 등에 따라 분절된 관리를 받던 공익법인들을 총괄하는 ‘공익위원회’의 설립을 담은 법안이다. 공익법인의 설립부터 지원, 관리 감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이=지금은 공익법인 설립은 까다롭지만 한번 설립하면 오히려 들여다보지 않는 구조다. 정말 공익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했는지를 평가하기보다, 단순 회계 규정만 맞추면 된다. 행정 불편 문제나 과도한 규제를 철폐해 공익활동을 지원하되, 규제 위반 시 감독하는 게 골자다.

▶김=공익위원회법에 대한 현장 조직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황=공익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현장 조직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기부문화 활성화’가 목적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관 주도보다는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면 좋겠다. 공익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부처에 흩어져있던 관리업무를 다 가지고 와야 할 텐데, 그렇게 많은 인력이 없어도 효율적으로 꾸려질 수 있을 것 같다. ‘작고 효율적인’ 위원회가 되면 좋겠다.

▶윤=이번에 준비 중인 공익위원회법은 관리나 감독이 아닌 ‘공익활동의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공익법인의 자율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함께 끌어올릴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한 결과가 공익위원회법을 만들면서 상증세법을 함께 개정하는 방법이었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모두 장착한 제대로 된 자동차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김=2시간여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서 공익제도 개선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오늘 논의한 법안들이 단순한 규제 완화나 개선을 넘어, 우리 사회가 기부나 공익을 대하는 관점 자체를 ‘신뢰 기반’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종=현행법대로면 우리나라는 국가와 시장밖에 없는 사회가 된다. 환경, 빈부격차 등 심화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시민사회가 필요하다. 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게 새 정부가 말하는 ‘기본사회’다. 공익위원회법 제정과 상증세법 개정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황=이번 법 개정이 민간의 공익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법안 통과를 시작으로 기부금품법 등 낡은 법들을 다 고쳐가면 좋겠다.

▶윤=현행 공익법은 한편으로 매우 엄격해 시민들의 공익활동을 옥죄면서도 실제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었다. 그걸 해결하자는 게 ‘공익 3법’의 취지다. 많은 분의 의견을 수렴해 좋은 제도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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