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법 "소셜미디어 업체가 불법적 콘텐츠 차단 책임져야"
'표현 자유 위협·사전 검열' 논란 속 다수 대법관 결정
'표현 자유 위협·사전 검열' 논란 속 다수 대법관 결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브라질의 연방대법원(STF)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대한 법적 책임을 SNS 플랫폼 업체에 지워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현지 매체 G1과 AP·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 대법관들은 엑스(X·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게시된 불법성 콘텐츠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경우, 그 법적 책임이 업체 측에 있다는 다수 의견을 냈다.
기존에는 업체들이 법원의 게시물 삭제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고 G1은 전했다.
플라비우 지누 대법관은 "교내 총기 사건 때 한 SNS 사용자가 '죽은 아이들의 가족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기쁘다'는 게시물을 올린 것을 보고 놀랐다"며 소셜미디어 플랫폼 관리 업체 측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크리스티아누 자닌 대법관도 "명백히 범죄로 보이는 콘텐츠의 경우 업체 측은 법원 결정 없이 콘텐츠를 삭제해야 한다"며 "콘텐츠 합법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이 있을 경우엔 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반대표를 던진 앙드레 멘동사 대법관은 "SNS 사용자의 프로필을 삭제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명백히 허위이거나 불법 활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효"라며 "사법부의 사전 결정 없이 업체 측에 소셜네트워크를 직접 책임지게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G1은 보도했다.
AP는 브라질 대법원 결정 전부터 '업체 측에 더 많은 의무를 요구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사전 검열을 강화할 수 있다'는 현지 비판이 있었다고 짚었다.
브라질에서는 2023년 1월 8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벌어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선거불복 폭동 이후 SNS 규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 왔다.
당시 온라인에는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거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겨냥해 호전적 메시지를 던지는 등의 게시물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다.
로이터는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사회관계망서비스 업체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어떤 콘텐츠를 무슨 기준으로 불법이라고 판단할지와 불법 콘텐츠에 어떻게 대응하고 누구에게까지 보상해야 할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G1은 전했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허위 사실 유포에 관여한 특정 계정과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은 엑스(X·옛 트위터)에 벌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과 엑스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간 갈등이 촉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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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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