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겨냥한 '트럼프 송금세'…암시장 꾼들만 웃고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에 포함된 ‘송금세’ 조항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1100만 명의 불법 이주민의 돈줄을 조이려는 조치라지만 암호화폐나 ‘현금 운반꾼’과 같은 우회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하원을 통과한 감세 법안에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이 해외로 돈을 보낼 때 3.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FT는 “이 법안의 진짜 목적은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가 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주권자나 취업비자 소지자 등 합법적인 체류자 약 4000만 명도 영향을 받을 걸로 보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3년에 미국에서 해외로 송금된 금액은 6560억 달러(약 893조원)로, 해외로 보내는 돈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JCT)는 초안인 5% 세율을 기준으로, 내년부터 2034년까지 약 220억 달러(약 30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는 송금 비용이 3.5% 증가할 경우 전체 송금액이 약 5.6%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멕시코로의 송금이 연간 약 26억 달러(3조6000억원)가 줄어 가장 많은데, 엘살바도르ㆍ온두라스 등 일부 중남미 국가는 줄어드는 규모가 국민총소득(GNI)의 1%에 달할 거란 전망이다.
실제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멕시코로의 송금액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2.1% 감소했다. 10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지난해 멕시코로 송금된 금액은 650억 달러(약 89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달한다. 반코 베이스 경제 분석 책임자인 가브리엘라 실러는 “미국 이민자들이 추방될까봐 일하러 나가거나 송금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도한 정책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FT에 “미국 시민권자인 친구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거나,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며 “심지어 돈을 실제로 옮기는 ‘운반꾼’ 같은 암시장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암호화폐 싱크탱크 코인센터도 “중개자가 개입하지 않는 암호화폐 지갑(self-hosted wallets)을 통한 송금은 법안 적용 대상이 아닐 것”이라며 “암호 화폐가 송금세를 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미 소득에 따른 세금을 냈기 때문에 이중 과세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주권자인 김현석(46ㆍLA) 씨는 LA중앙일보에 “법안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동일한 세금을 내고 있는 합법 체류자나 영주권자에게까지 추가로 송금세를 부과하는 건 또 다른 차별”이라고 말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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