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통일교 총재 등 고위층 '580억대 美원정도박' 정황 포착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전씨와 윤모(48)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김건희 여사 선물용으로 명품 가방 등을 마련한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 한학자 총재 등이 지난 2011년부터 지난 1월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도박한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 5일부턴 통일교 관계자들을 소환하고 한 총재 등에게 카지노 호텔 체인인 MGM리조트인터내셔널의 엠라이프플레이어스클럽(M life Players Club)이 2012년 9월 보낸 문서 등을 토대로 원정도박 여부, 자금 출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당 문서를 보면 한 총재는 2011년 슬롯 머신기 도박으로 약 70만 달러(한화 9억여원)를 잃고 약 56만 달러(7억여원)을 따서 약 4만 달러(5400여만원)를 잃었다고 표기돼있다. 한 총재 외에 비서실장 정모씨, 당시 통일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북미대륙 회장 김모씨 등 12명 각각의 2008~2011년 3년 간의 카지노 이용 내역이 있다. 총액은 약 4200만 달러(580억여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검찰은 12일 오전 10시쯤부터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전씨를 불러 10시간 넘게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전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대선 이후 두 번째다. 검찰이 전씨와 윤 전 본부장 의혹과 함께 한 총재 등의 원정도박 의혹을 수사하는 이유는 김 여사 선물용 금품을 구입한 자금 흐름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윤핵관(윤석열 정부 핵심 관계자), 경찰 최고위직을 통한 수사무마 의혹과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한 총재는 문건에 담긴 2011년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는데, 검찰은 한 총재가 지난 1월 미국 방문 당시에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2019년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세계본부 자금이 한 총재의 라스베이거스 계좌로 옮겨간 것처럼 화살표로 표시된 문건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총재의 뜻에 따른 것으로 총재 결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인물이다. 윤 전 본부장의 아내도 세계본부 재정국장을 맡는 등 회계 업무를 10년 이상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 등 통일교 고위층의 원정도박 의혹에 대한 수사 첩보를 미리 입수하고 이를 무마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윤 전 본부장의 육성 녹음파일에서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22년 9월 측근에게 “공소시효가 있다고 했다. 외국환거래법이라고 하는데, 압수수색에 대비하고 로펌을 선임하라고 윤핵관이 알려줘서 어머니(한학자)께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여기서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수사 첩보가 한 총재의 원정도박 의혹이라는 것이다. 또 윤 전 본부장이 “노트북 포맷, 문건 폐기 등을 지시했다” “경찰 최고위직에게 큰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녹취파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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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측 "원정도박, 日 혐한 매체 주장…전혀 사실 아냐"
그럼에도 지난 10일 공포된 김건희 특검법에 따라 출범할 특검의 한 총재 등의 카지노 원정도박 의혹과 수사무마 시도 의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기존 수사를 중단하고 자료를 이첩해야 하나 특검 출범 전까지 전씨와 윤 전 본부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카지노 원정도박 의혹까지 최대한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손성배.이찬규.이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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