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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이 와도 견뎠다…타고난 옥빛 바다

3월 의성 산불로 영덕도 큰 피해를 봤다. 검게 탄 솔숲 너머로 창포말등대가 보인다.
영덕 블루로드.

경북 영덕의 해안을 따라 난 트레일이다. 2009년 개장하자마자 인기를 끌었고, 블루로드 덕분에 이태 뒤 동해안 종주 트레일 ‘해파랑길’ 조성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블루로드를 걸으러 갔다. 곱디고운 해안길이 지난 3월 의성 산불로 탔다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길이 탔다는 건 마을이 탔다는 뜻이다. 길은 마을에서 시작해 마을에서 끝난다.

옥빛 바다는 그대로인데, 해안길 풍경은 우울했다. 돌미역 말리던 갯마을 아낙들은 보이지 않았고, 관광객 북적대던 대게 거리는 찬바람이 불었다. 인적 끊긴 갯마을이 다시 왁자지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처럼 파란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관광 명소따라 펼쳐진 푸른 길
영덕 블루로드는 영덕 해안을 따라 조성된 트레일이다. 사진은 장사해수욕장 근처 방파제.
블루로드는 영덕 남쪽에서 북쪽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진 66.5㎞ 길이의 트레일이다. 코스는 모두 8개다. 블루로드 전 코스가 해파랑길과 그대로 포개진다.

블루로드는 영덕 관광의 거의 모든 것이다.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장사해수욕장, 국내 최대 규모 대게 거리 강구항, 동해 여행 인증사진 명소 창포말등대와 축산항 죽도산, 명사 20리를 자랑하는 고래불해수욕장 등등 영덕이 자랑하는 관광 명소 대부분을 블루로드가 거친다.

블루로드 여행자를 위한 숙소. 영덕 풍력발전단지 아래에 있다.
블루로드 4코스, 그러니까 창포말등대 주변에서 축산항까지 구간이 산불 피해를 봤다. 창포말등대 북쪽의 석리는 마을이 통째로 없어졌다. 해안 언덕에 집이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따개비마을’이라 불렸던 갯마을이 지금은 폐허가 된 언덕만 남았다.

다행히도 블루로드 다른 구간은 피해가 없다. 영덕군청 블루로드팀 김재필 팀장은 “블루로드 4코스 중 일부 구간만 현재 폐쇄됐다”며 “폐쇄 구간도 6월 말께 우회 코스를 열어 다시 사람들이 걷게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처난 풍경, 희망을 심다
영덕으로 여행 왔다가 산불 피해지역에서 진달래 묘목을 심고 있는 이종열씨 가족.
해안을 따라 이어진 블루로드가 내륙 산간지역의 풍력발전단지를 들렀다가 다시 해안으로 나간다. 풍력발전단지도 산불 피해지역이다. 의성 산불이 풍력발전단지를 거쳐 해안까지 넘어갔다.


지난 5일 한낮 영덕 풍력발전단지. 풍력발전기 아래 산자락이 지저분하다. 일부는 타다 만 나무가 서 있고, 일부는 맨흙이 드러났다. 그 흙바닥 기슭에서 4인 가족이 진달래 묘목을 심고 있었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이종열(48)씨 가족이다. 이씨는 “영덕 산불 피해지역에서 진달래 묘목을 심는 행사를 한다고 해서 일부러 아이들 데리고 가족여행을 왔다”고 말했다.

진달래 묘목 심기는 영덕문화재단이 지난달 17일 시작한 ‘착한 여행 캠페인’의 하나다. 참가비 1만원을 내면 산불 피해지역에서 진달래 묘목을 15주까지 심을 수 있다(참가비를 내면 영덕사랑상품권 1만원권을 준다).

신재민 기자
캠페인은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며, 여름이 지나면 재개할 예정이다. 왜 하필 진달래일까. 진달래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무엇보다 꽃말이 ‘희망’이다.

진달래 묘목 심기 말고도 산불 피해지역에서 진행되는 착한 여행 프로그램이 여럿 더 있다. 영덕을 비롯해 안동·의성·청송·양양 등을 여행하면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참조.





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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