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예쁜 통영…돌로 빚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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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Wild Korea 〈26〉 통영 연화도 트레킹

서호시장에서 백반 먹는 즐거움

1시간쯤 뱃길을 달려 연화항에 내렸다. 연화도는 둘레 12㎞로 크지도 작지도 않다. 최고 절경은 섬 동남쪽 끝에 꼬리처럼 달린 용머리다. 용머리는 네 개 바위섬과 해안 절벽을 통칭한다. 섬에서는 ‘네 바위섬’이라 불렀는데, 통영 8경을 선정하면서 ‘용머리’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옛 이름은 생김새를 잘 알 수 있고, 새 이름은 헤엄치는 용을 상상하게 한다.


바다로 나가려는 용 한 마리

그와 헤어져 보덕암을 찾아간다. 눈은 멀고 발은 빠른 법. 저 멀리 있던 보덕암에 1시간도 채 안 돼 닿았다. 보덕암 삼거리에서 암자로 내려가는 길에는 수국 군락이 가로수처럼 자리한다. 6월 초면 성급한 수국이 좀 필 것 같았는데, 아직은 깜깜무소식이다. 대체로 6월 15일이 지나야 비로소 무리로 피어난다고 한다.
화장실 창문에서 본 용머리가 꽃처럼 보인다. 보덕암은 용머리가 가장 잘 보이는 장소에 자리 잡았다. 암자 마당에서 용머리를 바라보니 바다로 헤엄쳐 나가려는 용 한 마리가 자맥질하고 있다.
보덕암에서 연화봉 정상 가는 길에 토굴이 있다. 이곳에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도하는 모습의 동상이 있다. 연화도인은 조선 연산군 때 불교 탄압을 피해 비구니 셋과 함께 이곳에 와 도를 닦았다고 전해진다. 연화도인은 입적하기 전에 자신을 받아준 주민을 위해 둥근 돌에 ‘富(부) 吉(길) 財(재)’란 글을 새겼다고 한다. 이 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연화항에 있는 안내판에서 이 돌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연화도인과 사명대사의 수도처
연화도인이 입적하자 섬 주민들이 도인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수장했는데, 그 자리에서 연꽃이 피어올랐다고 한다. 그 뒤 사명대사가 그를 따르는 여인 셋과 섬에 들어와 연화봉 밑 토굴에서 수도했다.
사람들은 사명대사를 연화도인의 환생으로 믿었다. 이런 이유로 섬 이름이 ‘연화(蓮花)’가 됐다. 연화는 연꽃이면서 불교에서 말하는 이상향, 다시 말해 불국토(佛國土)를 가리킨다.
토굴 위가 연화봉 정상이다. 여기에 우람한 석조 아미타대불이 세워져 있다. 정상 비석 뒤로 용머리의 장관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호연지기가 절로 나는 장쾌한 풍경이다.
하산은 보덕암 쪽 말고, 서쪽 능선을 타는 게 좋다. 새들이 요란하게 지저귀는 풍성한 숲길을 지나면 연화항에 닿는다. 시간 여유가 되면, 보행교로 연결된 우도로 건너가 구멍섬에 다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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