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슬의 숫자 읽기] 누가 청년을 갈라치기 하나

그런데 이번 대선 투표 결과를 두고 진보 진영에서 쏟아지는 분석은 또다시 젊은층을 겨냥하고 있다. 비상계엄이란 지대한 실책을 저지른 보수정당에 2030의 투표가 몰리는 걸 두고, 몰지각한 극우화의 결과라고 비판하는 식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원칙적으로야 유권자는 자신과 이해관계가 맞닿는 후보를 골라야 한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많은 유권자는 그런 식의 투표를 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하는 건 전략적 투표다. 전략적 투표란 유권자가 당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되는 차선(次善) 후보나 정당에게 투표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최악의 결과를 막으려는 투표행태를 말한다. 예컨대 소수 진보정당 후보에게 마음은 있지만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표를 거대정당 후보에 넘기는 행태다. 사표(死票) 방지라는 개념으로 익숙하나 정말로 중요한 건 그런 투표를 수행하는 이들의 비율이다.

한신대 조성대 교수의 2020년 제21대 총선 연구도 같은 결을 보인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다르게 찍는 분할(分割)투표의 확률은 유권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유의미하게 높았다. 다시 말해 2030은 ‘무조건 지지’보다 전략적 조합을 윗세대보다 선호한다. 결선투표가 없는 영국·캐나다도 전략투표 고려 비율이 30%대 중반이란 걸 고려하면 젊은 세대의 투표행태가 되레 선진국과 더 닮았다. 제21대 대선 출구조사에서 젊은 층의 개혁신당 지지율이 부쩍 높게 나온 걸 고려하면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 양당 정치에 실망한 젊은층이 더 많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런 2030의 투표행태에 애써 이름을 붙이자면 이들은 ‘극우’라기보단 ‘체념적 조율자’에 가깝다. 불만족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악을 피하려는 젊은 층을 두고 비난을 일삼는 이들을 보면, 진짜 ‘갈라치기’를 하는 건 되레 이들이 아닌가란 생각만 든다.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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