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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와인 잔을 든 타마다의 리더십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분주해지기 시작한 남캅카스의 조지아. 인구 370만 명 남짓한 이 작은 나라에 지난해 약 5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다녀갔다. 사상 최대치다. 특히 수도 트빌리시를 찾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보러 가는 작은 청동 동상이 있다. 뿔 모양의 와인 잔을 한 손에 들고, 의연하고 지혜로운 표정을 머금은 ‘타마다’, 즉 조지아 전통 연회의 주재자 모습이다.

조지아 문화에서 타마다는 단순한 연회 사회자가 아니라 공동체 정신과 전통을 이끄는 존재로 여겨진다. 현지인들이 우스갯소리로 “타마다는 식탁의 독재자다”라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얼마 전 트빌리시 외곽 여행에서 직접 만난 타마다가 보여준 리더십이 인상적이었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의 타마다 동상. 7세기에 제작된 진품을 복제한 청동 조형물이다. 안착히 기자
타마다가 주재하는 조지아의 전통 만찬 ‘수프라’는 2017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의식을 두고 조지아 문화 연구가이자 캐나다 인류학자인 케빈 트윗(Kevin Tuite) 교수는 “수프라는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기며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하나의 문화이자 철학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만찬의 중심에 타마다가 있다.

타마다의 리더십은 조용한 권위와 배려에서 비롯된다. 그는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오히려 말의 무게로 분위기를 이끌고, 모두가 존중받는 자리를 만든다. 그가 시작하고 수프라 참석자들이 이어가는 건배사는 조국에 대한 사랑, 조상에 대한 감사에서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까지, 공동체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그의 리더십은 말을 통한 통찰, 경청을 통한 배려, 그리고 순서를 지키는 절제에서 나온다. 타마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차례에 발언하고 건배할 수 있도록 이끌면서도 강요하지 않고 기다린다. 이는 민주적인 리더십의 모범으로도 읽힌다.

타마다는 또 타인의 감정과 흐름을 읽는 탁월한 감각으로, 분위기를 조율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지 살핀다. 아울러 책임은 타마다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다. 만찬이 즐겁게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술을 아무리 마셔도 흐트러지지 않고 분위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리더가 가져야 할 자기 통제력과 헌신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지도자를 주도권을 쥐고 명령을 내리는 인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프라의 타마다는 오히려 그 반대다. 그는 무엇보다 타인을 존중하고 함께 이끌어가는 ‘예술적’ 미덕을 갖춘 이다. 그런 면에서 타마다의 리더십은 낡은 전통이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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