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호정의 음악의 세계] 더는 ‘클래식 신흥국’이 아닌 한국

김호정 문화부 기자
아리스토 샴. 29세의 홍콩 태생 피아니스트가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7일(미국 텍사스 현지시간) 우승했다. 3년 전 임윤찬이 18세로 우승했던 그 대회다.

샴은 라운드마다 어려운 곡을 선택하고, 마지막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에게 철인 경기와도 같은 브람스의 협주곡 2번을 연주하며 우승에 마땅한 연주를 들려줬다. 미국 보스턴에서 하버드 대학교 예술학 학사와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 학위를 받은 경력도 흥미롭고, 무대에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고 오르는 스타성이 엿보인다.

올해 국제 콩쿠르 줄줄이 낙마
유럽 공연 무대에서는 맹활약
콩쿠르 안 거친 스타 나올 때

이달 7일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아리스토 샴. 무대용으로 신은 화려한 양말이 인상적이다. [사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지난달 말에는 브뤼셀에서 네덜란드 피아니스트가 우승했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23세의 니콜라 메이우선이다. 역시 독특한 개성의 연주를 들려주며 눈에 띄었던 연주자였다. 두 콩쿠르에서 각 나라의 첫 우승이다.

한국의 청중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피아노 콩쿠르의 해’를 기대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올해는 5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로 시작해 반 클라이번, 9월 이탈리아의 부조니 콩쿠르, 10월 쇼팽 콩쿠르까지 이어진다. 모두 스타 피아니스트를 탄생시키는 굵직한 대회다.

지금까지 결과로는 한국 피아니스트들은 어려운 문턱을 넘었다가 마지막에 입상하지 못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경우에는 본선 진출자 60명 중 13명이 한국인이었다. 단일 국가로서 최다였다. 그런데 마지막 결선 12명에는 한국인이 없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본선 진출자 30명 중 한국 피아니스트 2명도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한국인 파이널리스트가 없는 국제 콩쿠르는 몇 년 새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올해 피아노뿐 아니라 다른 악기에서도 많은 한국 참가자가 본선에 진출했으나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막을 내린 체코의 프라하의 봄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는 준결선 진출자 12명 중 6명이 한국인이었는데, 결선 3명에는 들지 못했다. 확률로는 예측하기 힘든 결과였다.

이런 결과를 놓고 봤을 때 한국은 더는 세계 음악계에서 신인이 아니다. 신인의 등용문인 콩쿠르가 아닌 음악의 본진에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활약하고 있다.

유럽의 공연장에 가면 입구에서 전단을 흔히 나눠준다. 같은 도시의 다른 공연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전단에는 한국 음악가의 이름이 있다. 국제 콩쿠르 우승 같은 떠들썩한 이슈로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유럽의 각 도시에서 꾸준히 연주하고 있는 이들이다. 또한 어느 날 베를린에 들러 오늘 볼 공연을 검색해보면 여지없이 한국 이름이 있다. 오페라에서 ‘밤의 여왕’ 혹은 ‘질다’를 부르는 한국 성악가들이다.

작곡가 진은숙이 지난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오페라 ‘달의 어두운 면’을 초연했을 때는 무대 아래에 한국인이 있었다. 길고 장대한 오페라의 대사를 불러주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인간 프롬프터’가 한국인인 마르코 킴이었다. 그는 3시간 동안 가수 노래의 첫 운을 띄워주는 역할을 했다. 음악을 잘 알아야 하고 독일어에도 능숙해야 하는 역할이다. 공연이 끝나고는 무대의 맨홀 같은 구멍에서부터 팔뚝까지만 나와 가수들과 악수했지만, 누구보다 빛났던 음악가였다. 이날 공연에는 마르코 킴 뿐 아니라 합창단 곳곳에, 또 오케스트라에 한국 음악가들이 있었다.

곧 여름 음악 축제가 세계 곳곳에서 시작되면 한국 음악가들은 더욱 활발히 무대에 선다. 지휘자 윤한결은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지휘하고, 바리톤 박영준은 베로나 오페라 축제에서 중요한 역할로 출연한다. 베이스 박종민은 독일 음악의 자존심인 바이로이트 바그너 축제에 데뷔한다.

한국 음악가가 국제 콩쿠르 결선이나 수상자 무대에 없는 점이 이해가 된다. 중심축이 ‘데뷔’에서 ‘정착’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 연주자들에게 기회가 꼭 콩쿠르만 있는 건 아니라는 신호도 된다.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유자왕, 랑랑 모두 콩쿠르 없이 엄청난 스타가 됐다. 한국에서도 그런 연주자들이 나올 시기가 됐다. 콩쿠르의 해는 그야말로 즐거운 축제처럼 지나가기를 바란다.

김호정 음악 에디터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