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시선] AI 교과서 갈등, 실용주의로 풀어야

유튜브에서 접한 제레미 어틀리 스탠퍼드대 겸임교수의 말이다. 필자도 AI에게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 먼저 소크라테스 문답법 형태로 질문하도록 하는 ‘프롬프트(명령문)’를 입력했다.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하고 싶다고 하자 AI가 잇달아 묻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AI 앞에서 체면 따질 이유는 없으니 생각나는 대로 답을 이어갔다. “해보면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 그랬다. 질문과 답변을 거치며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검색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민주당, 교육자료로 전환 추진
더 써보고 평가 후에 결정해야
기술 변화 외면하면 미래 없어
더 써보고 평가 후에 결정해야
기술 변화 외면하면 미래 없어
고대로부터 최고의 학습 방식은 1대1 개인 교습이었다. 현대 의무교육 체제에선 학생 모두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는 1대1 학습 가능성을 제시했다. 오픈 AI가 개발한 ‘챗GPT 에듀’는 지난해 대학을 대상으로 상용화됐고, 올해 9월부터 에스토니아 고교생과 교사에게 제공된다.
한국도 올해부터 초등 3·4학년, 중1, 고1을 대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다. 그러나 미래는 불투명하다. AI 교과서 도입에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교육자료로 지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다양한 AI 교육자료를 선택해 쓸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을 만들자고 한다.
교사 단체는 교육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하고, 학부모들도 자녀의 디지털 기기 과몰입을 우려한다. 기능이 기대 이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전환하면 검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내용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고 학습 데이터를 정부가 관리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AI 교과서에 반대하는 논리를 들여다보면 “수준이 낮아 사용할 수 없다”면서도 “교사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잘 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다. AI 교과서의 실패보다 성공이 더 두려운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AI 교과서가 성과를 내면 교사의 역할은 물론 학습 방식, 교육 체계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 AI 교과서는 어떤 수준일까. 미리 입력된 질문과 답변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반응형 중심이다. 반면 챗GPT-4 같은 생성형 AI는 학생의 질문 맥락을 이해해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고, 난이도나 형식을 바꿔 문제를 다시 낼 수 있다. 다만 생성형 AI는 허위 정보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초중등 교육에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더 정교해질 것이다. 미국에서는 챗GPT-4 기반의 교육 튜터인 ‘칸미고’가 학생들의 학습 파트너로 활용되고 있다.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미국이나 중국에서 AI 보조교사나 동료교사가 나타나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주의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애초 AI 교과서를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학교에 선택권을 주는 형태로 후퇴했다. 교사와 학부모가 반대하는데 AI 교과서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잘 쓰고 있는 교사와 학생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AI 교육 공공 플랫폼을 당장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왕 시작한 현 AI 교과서의 장단점을 평가할 시간도 필요하다. 게다가 AI 교과서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업체들은 어떻게 하나. 전면 도입이 아닌 자율 도입을 했다는 이유로 벌써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됐다.
교과서든 교육자료든 교사와 학생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공교육이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대응한다면, AI를 효율적으로 쓰는 민간 교육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 것이다. 그 여파로 사교육은 심화하고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미국 대학에선 학생의 과제물 수준이 챗GPT-4 무료판과 월 20달러짜리, 월 200달러짜리 중 무엇을 쓰느냐로 결정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칸미고를 운영하는 칸아카데미의 창업자인 살만 칸은 저서 『나는 AI와 공부한다』에서 AI 기술을 잘 활용하려면 창의성과 함께 ‘교육받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육받은 용기란 갑작스러운 기술 발전 앞에서 자연스레 생기는 합리적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그 기술이 가져올 도전과 가능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과거 방식에 안주하는 교육은 결국 학생들의 미래를 가로막고 말 것이다. 지금은 용기가 필요하다.
김원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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