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의 한반도평화워치] 난제로 등장한 한·미 동맹 미래…과거 갈등 사례에서 지혜 찾아야

한·미동맹 성격 변화 움직임
한반도 안보공백 생길 수도
두 나라 국익의 조화점 찾고
정권 초기 신뢰 구축이 핵심
한반도 안보공백 생길 수도
두 나라 국익의 조화점 찾고
정권 초기 신뢰 구축이 핵심

지금은 복합 위기에 트럼프 2기의 충격이 더해져 80년 동안 쌓인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대격동기다. 그 파장은 새 정부 5년을 넘어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이 가운데 수면 위로 떠오른 한·미동맹의 성격과 역할 범위의 변화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하고, 한·미 간 국익의 조화를 이루어 낼 것인가는 새 정부의 가장 큰 고뇌일 수밖에 없다. 9·11 이후 대변환기에 부시 행정부의 전 세계 군사 배치 재검토(GPR)로 비롯된 참여 정부 때의 동맹 갈등보다 강도와 범위, 속도 면에서 위험 요인이 도처에 깔려 있기도 하다.
북한 위협 후순위로 미룬 미국
트럼프 2기는 중국을 유일한 핵심 위협(sole pacing threat)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군사적으로 억제 거부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북한 위협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 국방부의 잠정 국방 전략 지침과 지난달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의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언급한 직설적 연설은 미국의 전략 축이 중국 견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동맹과 우방국의 중요성도 조정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이외의 위협들은 동맹들이 더 큰 부담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라고 한다. 일본, 호주 및 필리핀 정부는 이 노선(미국을 포함한 소위 SQUAD)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미국은 나머지 고리인 한국에 대해 강력한 신호를 수시로 보내고 있다.
새 정부가 맞닥뜨린 난제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운용 문제로, 한·미 간 이해 차이로 갈등을 유발했던 참여정부 초기와는 다른 조율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의 지역적 안보 역할의 구체적 범위와 성격이다. 셋째는 대만 문제로, 실존적인 북핵 위협과 대만 위기가 연계되면서 초래할 수 있는 동맹의 억지력 약화와 한국이 연루되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첫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운용 문제는 한·미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한 미군의 배치 재조정이나 감축, 전작권 조기 전환, 주한 및 주일 유엔군사령부의 역할 변화, 방위비 분담 규모 및 성격의 변화, 한국의 국방비 대폭 증액 등과 연결돼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내 시달릴 수 있다. 2003년 제기된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2006년 1월 한·미 외교 장관이 합의하기 전까지 주한 미군 1개 여단의 이라크 차출, 한국군의 추가 이라크 파병이 이뤄졌고, 주한미군 1만2500명 감축, 전작권 조기 전환 등 갈등의 연속이었다. 2006년 합의는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단서 조항을 통해 일단 한국이 대만 문제에 연루되는 상황을 피해 갔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입장은 주한 미군의 순환 배치와 별개로 일본, 필리핀, 호주 등과 같이 필요하면 미군의 발진 기지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전 협의 절차를 요구할 경우, 미국은 유연성(agility) 중시 전략에 따라 해당 병력을 인근 국가로 재배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결국 미 지상군의 추가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
정권 초기부터 단추 잘 끼워야

셋째는 트럼프 2기가 중국을 도전에서 위협으로, 더 나아가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중국을 미국이 동맹 차원에서 위협으로 공식화하려는 상황이 올 때 우리의 입장이다.
부시 행정부가 중국에 관여 정책을 쓰던 참여정부 초기에 한·미 군 당국은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는 문제에 관한 이견으로 공동위협 평가 자체를 포기한 바 있다. 대만 문제에 초점을 맞춘 헤그세스의 샹그릴라 연설은 부시 행정부의 GPR 당시보다 더 강하게 동맹국들의 명료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미 핵협의 그룹 지속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미국이 대만 위기에 최우선 순위를 둘 때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 억지력 약화 내지 안보 공백이 초래될 수 있다. 그 근저에는 한·미 상호 방위조약의 적용 범위와 발동 요건에 대한 해석 문제도 있다. 지난달 주한 미군 등 미국의 주요 안보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만·한반도 동시 (핵)전쟁 연습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참여 정부와 부시 행정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초기에 발생했던 동맹 사안들로 임기 내내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2기는 이미 일방주의적 조치로 동맹 및 우방국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대중국 전략의 설계자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 차관은 4년 전 저서(『거부 전략(Strategy of Denial)』)에서 “미국의 방어선에 일본과 호주 같은 국가들은 명백히 포함되어야 하지만, 타국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는 자명하지 않다”고 했다. 더욱 험난해진 안보 환경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트럼프 2기와 초기부터 신뢰를 쌓아 가면서 한국이 미국에 필수 불가결한 동맹 파트너임을 각인시켜 나갔으면 한다.
윤병세 REAIM 글로벌위원회 의장·전 외교부 장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