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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라드 칼럼] 러·중의 서로 다른 대북제재 자세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대북제재 메커니즘으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이 지난달 첫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3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활동이 종료된 것이 유엔의 제재 이행 담보에 얼마나 큰 걸림돌인지, 이로 인해 제재 위반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러 반대로 유엔 제재 이행에 차질
다국적 모니터링팀 보고서 부실
중국의 대북제재 협조 여부 관심

30쪽밖에 되지 않는 MSMT 보고서는 기존 보고서와는 다르다. 기존 전문가패널의 세부적인 보고서보다 분량이 짧고 북·러의 불법 활동 이슈에만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보고서 내용의 출처도 언론 보도, 인공위성 사진, MSMT를 출범한 11개 국가에만 의존한다. 전문가패널이 15년간 활동하며 안보리를 통해 제재 위반 관련 유엔 회원국 어디든지에 자유롭게 정보를 요청했던 전례와 대비된다. 안보리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는 MSMT는 참여국들에만 결과를 보고한다. MSMT는 전문가패널 대비 훨씬 힘이 없으며 보고서도 힘이 없다.

MSMT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와 갈수록 과감해지는 제재 위반 양상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러시아와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러시아 군부대 내부에 북한 병사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MSMT 보고서는 이것이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지적했지만, 러시아나 북한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수십 년간 유엔 안보리는 안보리의 자체 법적 권한보다 결의안 위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눈총에 더 신경 썼던 유엔 회원국들에 의지했다. 대부분의 국가는 선량한 국제사회 일원으로 존중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이름이 오르는 오명과 불명예를 피하려는 마음 그 자체가 제재 위반 억지력으로 작동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유엔 안보리를 경멸하기에 이러한 억지력이 약해진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놓고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데 누가 이를 준수하겠나.

이번 보고서는 많은 독립 기구가 포착한 방공시스템 및 대공미사일 등 북·러의 불법 교역을 확인해주고 있다. 대북제재 체제는 장벽과 같아서 약한 고리 하나가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북한 교역의 대부분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러시아의 제재 무시는 이러한 장벽 일부를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 부분을 무너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이 북한에 수출이 금지된 사치품과 2018년 안보리가 정한 연간 50만 배럴 상한선을 넘는 정유를 공급하는 등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왔다는 주장이 있었다. 중국은 물론 이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모든 제재를 준수하지는 않아도 유엔 대북 제재의 목표인 북한의 핵 야욕을 억제하고 있다는 정황은 있다.

수년 동안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위한 터널을 준비했지만 실험을 감행하지는 않았다. 지난달에 열린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중국 학자들은 필자에게 역내 핵확산 가능성을 우려한 중국의 지속적인 압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안보리 제재 무시와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제재에 대한 각국의 역학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북·러 밀착 이전에는 두 개의 진영만 존재했다. 서방 세계는 제재 이행을 강조했고, 그 반대편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정도의 차이가 있어도 이에 대항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 서방 세계의 제재 이행이 제한받게 되고, 그 사이에 북한이 여전히 의지하고 있는 중국은 대북 제재 이행의 여력이 역설적으로 더 커졌다.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접근은 그동안 격차가 커졌고, 이로 인해 중국의 대북 제재 입장은 서방 세계뿐 아니라 러시아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밀렵꾼에서 사냥터지기로 이동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MSMT 참여국이 아니며,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협력했다는 징후도 없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대북제재 이행국이 된 국가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한 채 제한된 권한을 지닌 서방 세계가 제한적인 영향력으로 대북 제재 보고서를 작성하는 상황은 기이하다. 신뢰성 구축을 위한 험난한 여정이 MSMT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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