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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권력의 상금과 벌금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완전히 다른 방향의 급류들이 충돌하던 한국 정치가 가까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국면 결정의 중심 기제는 빠르게 바뀌어갔다. 총에서 몸으로, 몸에서 법으로, 법에서 표로. 총은 군을 동원한 비상계엄을, 몸은 두 진영의 거리 시위를, 법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을, 표는 대통령 선거의 투표를 말한다.

짧은 순간에 현대 정치의 근본 요소인 총·몸·법·표가 전부 동원될 만큼 격랑 자체였다. 처음 총을 동원할 때는 한 사람의 잘못된 의지가, 그리고 그 잘못된 의지를 넘어서기 위해 나라 안 두 진영 모두와, 가장 근본적인 법률인 헌법과,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선거가 차례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들 사태는 정상적인 지도자를 갖고 있었다면 전연 불필요한 돌발사태였다.

총·몸·법·표 동원된 격랑의 6개월
정치검찰 이어 운동권 세대 집권
독점·오만 경계하고 중용·중도를
대선의 민심 황금분할 받들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신의 망상을 관철하려다가 자신의 임기마저 절반으로 단축하고, 최고의 국법 집행자에서 스스로 법의 준엄한 처벌을 기다리는 위치로 전락한 한 망동가 앞에서, 이를 평화적·절차적으로 극복한 우리 자신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한 큰 자부심과 함께 이런 최악의 지도자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헌정제도와 정치 구도 앞에 전율한다.

역사는 한 시대를 맡았던 개인 또는 집단과 세대에게 쓰임에 따른 상금과 벌금을 함께 내린다. 권력을 독점한 상금의 크기만큼 벌금도 크다. 그것은 시작과 끝이라는 시기로 주어지기도 하고, 최고의 권좌와 최악의 나락이라는 위치로 주어지기도 한다. 이는 권력의 피할 수 없는 일반 현상이다. 나폴레옹처럼 이를 잘 깨달은 사람도 없었다. 그에게 권력은 영광은 물론 오욕의 동의어였다.

첫째, 한국의 첫 집권세대인 망국과 광복세대는 주권회복과 건국과 국가수호라는 쓰임의 영예와 함께 4월 혁명 및 5·16 군사쿠데타로 인한 퇴출 강요로 물러났다. 물론 독재와 민주주의의 대결은 공산주의를 앞에 두고 서로 길항했다.

둘째, 조국을 공산 침략에서 구해낸 군부는 집권을 통해 산업화 및 대북(對北) 우위라는 쓰임의 명예와 함께 10·26, 5·18, 6월항쟁으로 몰락했다. 정치 군부는 철퇴를 맞았고 최후 독재자는 지상에 한 뼘 안식처조차 못 구하였다.

셋째, 민주화 이후 첫 집권 세대는 집권 이후 권력독점보다는 의회주의, 대화와 타협, 연립·연합·협치(의 추구)로 인해 벌금이 가장 작았다. 김영삼·김대중 시기를 말한다.

넷째, 권력 중심의 정치검찰은 끝내 집권 이후에야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했던 전면적 검찰개혁의 실천이 검찰 출신 지도자의 헌법과 법률 파괴로 가능해진 것이다.

특이한 것은 그의 보수 궤멸 역할이다. 보수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 구속, 자신의 탄핵 파면과 보수당 정권의 조기종식, 상대 진영 후보 및 정당의 집권, 상대 후보의 사법 리스크 제거, 법정 임기 중 가능했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지명권의 상실로 인한 사법부 지형변화 기회상실, 보수당의 심각한 위헌정당 논란 초래 등 그가 보수에 끼친 위기는 압도적이다.

검찰에 이어 마침내 86 운동권세대가 집권했다. 86세대는 단일 세대로는 건국 이래 최장 권력을 향유하고 있지만, 권력의 정점 장악은 처음이다. 국정의 1, 2인자를 포함하여 86세대는 입법·집행·사법의 거의 전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상금과 벌금은 비례한다는 법칙을 피해갈 수 있을까? 당연히 길이 있다. 권력을 분점하여 좁게는 정책연대를, 넓게는 정치연합을, 더 넓게는 세대통합을 추구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상금만큼 벌금을 치르게 될지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86세대는, 검찰과 손잡은 적폐청산에서 볼 수 있듯, 강력한 권력집중을 추구해왔다는 점에서 절대 노겸(勞謙, 공로가 있으면서도 겸손함)해야 한다. 고금의 현자들이 한결같이 정치를 중용·중도라고 부른 이유는 자명하다. 독점과 오만으로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나라 전체의 일을 뜻하는 정치는 높음과 낮음, 귀족과 평민, 파당과 파당 중간에 위치한다. 동시에 운동과 법률, 행정과 통치의 사이에 존재한다. 정치를 집중(執中)이자 바름(正)으로 부른 이유는 나라의 정중앙 한(一) 지점에 위치하여(止), 좌와 우, 상하와 고저, 부자와 빈자를 똑바로 살피라는 뜻이었다.

상대를 베려는 칼(법)과 총으로 폭망한 앞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정치의 제일 요체인 말, 즉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이끌지 않으면 안 된다. 내란의 징치는 법에 맡겨 놓고 국정 핵심에서 분리해야 한다. 특히 검찰의 흑백논리를 반대 방향에서 운동권 논리로 재현해선 절대 안 된다. 반대로 해야 성공한다.

내란응징 투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두 진영에 표를 절반씩 황금분할 해주었다. 중용의 다른 말이 황금분할이다. 국민이 보여준 이 황금 민심을 하늘처럼 받들면 된다. 그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나라와 다음 세대를 위해 86세대의 상금 독식과 사후 벌금이 작기를 소망한다. 대신 겸손과 분권과 협치는 가장 크기를 바란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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