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권력의 상금과 벌금

짧은 순간에 현대 정치의 근본 요소인 총·몸·법·표가 전부 동원될 만큼 격랑 자체였다. 처음 총을 동원할 때는 한 사람의 잘못된 의지가, 그리고 그 잘못된 의지를 넘어서기 위해 나라 안 두 진영 모두와, 가장 근본적인 법률인 헌법과,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선거가 차례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들 사태는 정상적인 지도자를 갖고 있었다면 전연 불필요한 돌발사태였다.
총·몸·법·표 동원된 격랑의 6개월
정치검찰 이어 운동권 세대 집권
독점·오만 경계하고 중용·중도를
대선의 민심 황금분할 받들어야
정치검찰 이어 운동권 세대 집권
독점·오만 경계하고 중용·중도를
대선의 민심 황금분할 받들어야

자신의 망상을 관철하려다가 자신의 임기마저 절반으로 단축하고, 최고의 국법 집행자에서 스스로 법의 준엄한 처벌을 기다리는 위치로 전락한 한 망동가 앞에서, 이를 평화적·절차적으로 극복한 우리 자신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한 큰 자부심과 함께 이런 최악의 지도자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헌정제도와 정치 구도 앞에 전율한다.
역사는 한 시대를 맡았던 개인 또는 집단과 세대에게 쓰임에 따른 상금과 벌금을 함께 내린다. 권력을 독점한 상금의 크기만큼 벌금도 크다. 그것은 시작과 끝이라는 시기로 주어지기도 하고, 최고의 권좌와 최악의 나락이라는 위치로 주어지기도 한다. 이는 권력의 피할 수 없는 일반 현상이다. 나폴레옹처럼 이를 잘 깨달은 사람도 없었다. 그에게 권력은 영광은 물론 오욕의 동의어였다.
첫째, 한국의 첫 집권세대인 망국과 광복세대는 주권회복과 건국과 국가수호라는 쓰임의 영예와 함께 4월 혁명 및 5·16 군사쿠데타로 인한 퇴출 강요로 물러났다. 물론 독재와 민주주의의 대결은 공산주의를 앞에 두고 서로 길항했다.
둘째, 조국을 공산 침략에서 구해낸 군부는 집권을 통해 산업화 및 대북(對北) 우위라는 쓰임의 명예와 함께 10·26, 5·18, 6월항쟁으로 몰락했다. 정치 군부는 철퇴를 맞았고 최후 독재자는 지상에 한 뼘 안식처조차 못 구하였다.
셋째, 민주화 이후 첫 집권 세대는 집권 이후 권력독점보다는 의회주의, 대화와 타협, 연립·연합·협치(의 추구)로 인해 벌금이 가장 작았다. 김영삼·김대중 시기를 말한다.
넷째, 권력 중심의 정치검찰은 끝내 집권 이후에야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했던 전면적 검찰개혁의 실천이 검찰 출신 지도자의 헌법과 법률 파괴로 가능해진 것이다.
특이한 것은 그의 보수 궤멸 역할이다. 보수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 구속, 자신의 탄핵 파면과 보수당 정권의 조기종식, 상대 진영 후보 및 정당의 집권, 상대 후보의 사법 리스크 제거, 법정 임기 중 가능했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지명권의 상실로 인한 사법부 지형변화 기회상실, 보수당의 심각한 위헌정당 논란 초래 등 그가 보수에 끼친 위기는 압도적이다.
검찰에 이어 마침내 86 운동권세대가 집권했다. 86세대는 단일 세대로는 건국 이래 최장 권력을 향유하고 있지만, 권력의 정점 장악은 처음이다. 국정의 1, 2인자를 포함하여 86세대는 입법·집행·사법의 거의 전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상금과 벌금은 비례한다는 법칙을 피해갈 수 있을까? 당연히 길이 있다. 권력을 분점하여 좁게는 정책연대를, 넓게는 정치연합을, 더 넓게는 세대통합을 추구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상금만큼 벌금을 치르게 될지 모른다.

나라 전체의 일을 뜻하는 정치는 높음과 낮음, 귀족과 평민, 파당과 파당 중간에 위치한다. 동시에 운동과 법률, 행정과 통치의 사이에 존재한다. 정치를 집중(執中)이자 바름(正)으로 부른 이유는 나라의 정중앙 한(一) 지점에 위치하여(止), 좌와 우, 상하와 고저, 부자와 빈자를 똑바로 살피라는 뜻이었다.
상대를 베려는 칼(법)과 총으로 폭망한 앞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정치의 제일 요체인 말, 즉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이끌지 않으면 안 된다. 내란의 징치는 법에 맡겨 놓고 국정 핵심에서 분리해야 한다. 특히 검찰의 흑백논리를 반대 방향에서 운동권 논리로 재현해선 절대 안 된다. 반대로 해야 성공한다.
내란응징 투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두 진영에 표를 절반씩 황금분할 해주었다. 중용의 다른 말이 황금분할이다. 국민이 보여준 이 황금 민심을 하늘처럼 받들면 된다. 그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나라와 다음 세대를 위해 86세대의 상금 독식과 사후 벌금이 작기를 소망한다. 대신 겸손과 분권과 협치는 가장 크기를 바란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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