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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마라톤…진심 있어야 버틸 수 있죠” 토니상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인터뷰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오른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종주국에서 열린 치열한 레이스를 마친 작가 박천휴(42)는 “토니상 시상식은 마라톤 결승선 같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각본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뉴욕에서 토니상을 받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그를 지탱한 “진심”을 13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토니상 6관왕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쓴 작가 박천휴. 사진 NHN링크


Q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작품이 국내외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A : ‘어쩌면 해피엔딩’은 저와 윌 애런슨이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원작이 없는 세계와 캐릭터들을 온전히 처음부터 만드는 일이 무척 즐겁기도, 두렵기도 했습니다.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히 모르겠습니다. 처음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작년 가을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해서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게 이유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8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는 박천휴(오른쪽) 작가와 그의 파트너 윌 애런슨. 로이터

Q : 윌 애런슨 작곡가와의 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A : 한국에서는 윌을 ‘작곡가’로 호칭하지만, 윌은 지금껏 계속 저와 함께 극작을 해왔습니다. 미국에서는 저희 둘 다 ‘작가’(writer)라고 불립니다. 음표든 활자든 구분하지 않고 저희는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제가 먼저 생각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함께 이야기를 짓고, 음악의 정서와 질감을 정하고, 매일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협업합니다. 협업자이기 전에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서로의 예술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있고요. 내 일, 네 일을 나누지도 않아요. 작업의 지난함과 고통, 즐거움, 그리고 한 작품을 끝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도 매 순간 함께했습니다.
8일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대학로에서 시작한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품상을 받았다. 사진은 수상 소감을 발표 중인 창작진들. 로이터


Q : 브로드웨이 공연이 한국 공연과 다른 점은.
A : 한국 공연과 규모가 다른 만큼 연출과 무대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무대전환이 거의 없는 반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많은 무대전환과 효과가 쓰입니다. 배우와 오케스트라의 악기도 조금 늘었고, 한국 버전에는 암시만 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축약되거나 생략된 대사와 넘버도 있습니다.


Q : 기억에 남는 현지 관객들의 반응이 있다면.
A : 어느 미국인 관객의 이야기입니다. 뉴욕으로 혼자 휴가를 오면서 열 개의 공연 티켓을 예매했는데,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는 내내 집에 있는 아내와 함께 이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해요. 결국 다른 공연을 포기하고, 비행기 표를 바꿔 집에 돌아갔다고, 그리고 밸런타인데이에 아내와 함께 뉴욕에 와 다시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기로 했다는 글을 읽었어요. 이런 감상평이 제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인 것 같아요.


Q : 토니상 시상식 당일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은.
A : 공연계에도 ‘어워즈 시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영화계가 비평가상, 에미와 골든글로브를 거치고 오스카 시상식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듯, 공연계에도 비평가상, 드라마 리그, 드라마 데스크를 거쳐 토니 어워즈에 이르는 ‘어워즈 시즌’이 있는데요. 그 기간 각종 행사에 참석해 작품을 홍보했습니다. 저는 브로드웨이에서는 무명작가였으니 얼굴을 비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하고 다녔습니다. 토니 어워즈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석 달 동안 뛴 마라톤의 결승선에 다다른 느낌이었어요. 시상식 자체도 레드카펫부터 마지막 작품상 발표까지 총 일곱 시간이 걸렸고요. 수상 이후 한 명의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아요. 긴 마라톤 같았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좀 더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쁩니다.

배우 대런 크리스(왼쪽)과 헬렌 셴이 8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을 공연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Q : ‘어쩌면 해피엔딩’, ‘고스트 베이커리’는 모두 한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작품 배경을 한국으로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A : 저에게 가장 친숙한 세상과 정서를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스물 다섯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아직도 영어를 할 때 종종 한국식 악센트가 나옵니다. 뉴욕에 와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요. 저와 윌이 만든 ‘일 테노레’의 1930년대, ‘고스트 베이커리’의 1970년대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묘하게 낯선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박천휴-윌 애런슨 콤비가 만든 뮤지컬 '일 테노레'의 한 장면. 주인공 윤이선(배우 홍광호)이 베커 선생님에게 성악 레슨을 받는 모습이다. 사진 오디컴퍼니

Q :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는 언제 미국에서 볼 수 있을까요.
A :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 영어로 가사와 대본 수정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뉴욕 현지에서 제작자와 연출자도 찾아야 하고요. 그 밖에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한국인 커플의 이야기를 단편 영화용으로 완성해놨습니다. 지금까지 공연에 더 몰두하느라 계속 미뤄뒀는데, 늦기 전에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Q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A : 한국에서는 저희의 최신작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의 재공연을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작년 제 연출 데뷔작이었던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처럼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해서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는 일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Q : 어떤 창작자로 남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작가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A :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 평생 서울과 뉴욕에서 보낸 시간이 이제 거의 50대 50에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조금은 다른 관점이되, 많은 분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의미가 있을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Q : 한국의 젊은 창작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 공연 한 편을 만드는 데는 평균적으로 5년 이상,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립니다. 뮤지컬 창작자에 대한 대우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열악하고요. 한국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산업화한 지 오래되지 않아 참고할 만한 교과서가 충분하지도 않습니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길, 진심으로 이야기와 음악을 쓰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버틸 수 있으니까요.


Q : 오는 10월 ‘어쩌면 해피엔딩’이 한국 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지난해 국내 공연과 달라질 점이 있을까요.
A : 큰 무대로 옮기면서 시각적인 요소를 극장 사이즈에 맞게 바꿨습니다. 과거 함께했던 배우들이 이번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홍지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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