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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신 애니메이션 아트 박물관’ 영상예술의 과거와 미래를 잇다



넬슨신 애니메이션 아트 박물관 - 영상 예술의 과거와 미래를 잇다

경기도 과천시에 자리한 ‘넬슨신 애니메이션 아트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 인류 영상 예술의 기원에서부터 미래의 가능성까지 아우르는 교육·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선사시대 동굴 벽화부터 디지털 영상 시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애니메이션과 영상기술의 발전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한국이 낳은 세계적 애니메이터 넬슨 신 감독이 직접 기획하고 설립한 이 공간은, 그 자체로 영상예술의 산 역사를 담고 있다. 박물관은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전시실(2층)부터 제2전시(복도), 제3전시실(3층) 순서로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을 마친 후에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4층 커피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넬슨 신의 여정 - 한국 애니메이션을 세계로 이끈 거장

박물관의 설립자 넬슨 신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60년대 한국에서 시사 만화가이자 광고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활동한 그는, 1971년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글로벌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74년,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패티-프레링(DePatie-Freleng)’에 소속되어 ‘핑크 팬더(Pink Panther)’ 시리즈에 참여했으며, 루카스필름으로부터 의뢰받은 영화 ‘스타워즈’의 광선검 특수효과 장면을 단 일주일 만에 완성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장면은 손으로 직접 그린 셀에 광학 효과(Optical Printer)를 합성해 완성되었으며, 이후 할리우드영화의 특수효과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스타워즈 광선검 특수효과〉
1980년대에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시리즈 ‘더 트랜스포머스(The Transformers)’의 TV판 112편과 극장판 ‘트랜스포머 더 무비’의 총감독을 맡아, 한국인 애니메이터의 이름을 세계의 무대에 각인시켰다. 이후 한국에 다시나와 애이콤 프로덕션(AKOM Production)을 세우고, 미국과 OEM 방식으로 수천 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또 2005년에는 고전 ‘심청전’을 바탕으로 각색한 「왕후심청」을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제작·감독하며, 남북 동시 개봉이라는 역사적 쾌거를 이뤘다.

〈트랜스포머 더 무비〉


영상예술의 기원을 탐색하다 - 동굴 벽화에서 디지털까지

제2전시실(복도)에는 국내외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어지는 3층 제3전시실로 올라서면 영상예술의 기원으로 시계추가 거슬러 올라간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약 4만 년 전,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 있다. 벽화 속 반복적으로 그려진 동물 형상은 오늘날 ‘잔상(afterimage)’ 개념과 맞닿아 있으며, 인류가 오래전부터 동작의 연속성과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시도해 왔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영상예술은 점차 정교해졌다. 17세기 유럽에서는 ‘매직랜턴(Magic Lantern)’이라는 장치가 등장했는데, 이는 유리판에 그린 그림을 촛불이나 호롱불로 투사하는 기기로, 오늘날 슬라이드 프로젝터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이후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시청각 영화예술의 지형을 크게 변화시켰다.

〈동굴벽화〉


창작과 교육이 융합된 공간으로

넬슨 신 감독은 4년에 걸친 준비 끝에 2023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넬슨신 애니메이션 아트 박물관’을 설립했다. 그간 세계 각국을 돌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심사, 강연, 초청 활동을 통해 수집한 20세기 영상 관련 기기들과 예술 문화의 변천사를 한데 모아 전시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전 연령층이 영상예술의 기원과 발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단순히 ‘관람’에 그치지 않고 ‘체험’과 ‘교육’이 가능한 창의적 융합 공간으로 운영된다. 특히 디지털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아날로그 영상기술과 발명품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교육 철학의 집대성 - 다섯 권의 저서로 남긴 지식

박물관은 단지 전시 공간을 넘어서, 넬슨 신 감독의 교육 철학과도 깊은 연결을 지닌다. 그는 귀국 이후 22년간 대학 강단에서 창작 인재를 양성해왔으며, 단국대학교, 홍익대학교, 백석대학교 그리고 극동대학 등에서 실무 중심의 애니메이션 교육을 펼쳤다. 그의 철학과 경험은 총 다섯 권의 책으로 집대성되었다.

『넬슨신 애니페디아 북』 - 창의력의 씨앗을 심는 단어 사전
이 책은 단순한 사전이 아니다. 넬슨 신은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약 4,000개의 단어를 알파벳 순으로 정리하고, 각 단어에 창의력 확장을 위한 해설을 더해 창작자들의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단어 하나에서 무한한 이야기가 피어난다”고 그는 말한다.

『디 애니메이터(The Animator)』 - 꿈, 용기, 상상력으로 그린 인생
이 책은 넬슨 신의 자서전이자 창작 여정의 기록이다. 미국 진출기, ‘스타워즈’ 제작 비화, ‘트랜스포머’ 시리즈 연출 과정, 그리고 ‘왕후심청’을 위해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던 이야기는 그만의 독보적인 문화적 행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넬슨 신의 영상백과사전』
애니메이션·영화·방송·비디오·DVD·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의 역사, 이론, 기능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으로, 평생 애니메이션에 몸담은 저자의 체험적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애니메이션 용어사전』
애니메이션 분야의 전문성과 체계화를 위한 기반 자료로, 해당 직군의 중요성과 학문적 접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집필되었다.

『애니메이션과 나』
전체 7부 구성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넬슨 신의 인생 여정을 연대기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영상예술의 진화, 그리고 미래를 향한 메시지

‘넬슨 신 애니메이션 아트 박물관’은 과거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넬슨 신이라는 창작자가 인생 대부분을 바쳐 구현한 철학과 비전의 결정체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박물관과 다섯 권의 저서는 앞으로 애니메이션을 꿈꾸는 수많은 창작자들에게 지속적인 영감과 실천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세계 속에 새긴 그의 예술혼은, 이제 교육과 기록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귀중한 유산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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