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냉장고에도 관세 부과...철강 함량에 따라 50% 관세

세탁기·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영향권에 들었다. LG전자·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상무부는 12일(현지시간) 연방 관보에 올린 미공개 공지(임시 문서)를 통해 50% 철강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철강 파생제품 명단을 추가로 발표했다. 철강을 원자재로 쓰는 파생제품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인데, 이번에 냉장고·건조기·세탁기·식기세척기·냉동고·레인지·오븐 등 11개 품목을 명단에 추가했다. 상무부는 오는 16일 이런 내용을 관보를 통해 공식적으로 공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 직전, 말굽부터 불도저 날에 이르기는 300여 개 파생제품을 관세 목록에 추가했다. 이후 업계로부터 파생제품에 포함될 품목 신청을 받았고 상무부는 이를 고려해 명단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 시장점유율이 높은 일부 철강업체에서 자사 제품이 많이 쓰이는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를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는 완제품 내 철강 함량과 그 가치(금액)를 따져 부과한다. 나머지 부분엔 상호관세(기본관세) 10%만 적용한다. 미 관세청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업체가 신고한 해당 가전제품의 철강 함량을 토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미 상무부는 파생제품 관세를 오는 23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 가전업체인 삼성전자·LG전자 등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국내 생산 제품의 미국 직수출 비중은 높지 않지만, 멕시코·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두 기업 모두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지만, 현지 생산은 세탁기 등 일부 제품에 국한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 공장마다 원자재 함량이 조금씩 다르고, 각국에 부과되는 관세 역시 차이가 있어 관세 부과에 따른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관세가 철강 함량에 따라 일부 부과되는 식이라, 국내 기업들의 피해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가전제품의 철강 함량은 10~20% 수준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번 조치가 당장 수출에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도 미국산 철강을 쓰고, 현지 공장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이나 생산 거점 재배치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서울대 특별강연에서 “미국 생산 기지 건립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생산지 변경이나 가격 인상 등 순차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가전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하며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는 “‘가전업계 공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지속해서 운영하면서 관세 영향을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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