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 주총에 '술' 대신 '주스'…中 최고 명주의 굴욕, 왜

지난달 20일 중국 주류 업체 마오타이(茅臺)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의 말이다. 그가 올린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연회장에 술 대신 오렌지 주스가, 식사로는 평범한 뷔페가 제공된 모습이 나타났다. 마오타이의 간부들도 주주들과 같은 식사를 했다. 그는 술병이 든 선물세트를 줬던 지난해와 달리 마오타이 측이 수첩과 볼펜만 준비했다며 “회사 상황이 좋지 않은 듯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오타이주(酒)는 수수(고량)를 원료로 한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의 특산 증류주로 각종 고급술이 넘쳐나는 중국에서도 대표 격인 최고급 술이다. 과거 중국을 이끌던 마오쩌둥(毛澤東)이 즐겨 마신 술로도 유명해 국빈 만찬과 결혼식 등 각종 축하 행사에서 쓰이곤 한다. 1972년엔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만찬장에서 마오타이주로 건배를 들었다.

마오타이의 수장인 장더친(張德芹)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사내 회의에서 고전을 인용하며 “술이란 문화와 건강을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내세운 ‘절약령’이 배경에 있다.

국유기업인 마오타이는 실적보다는 충성을 택했다. 지난 10년 동안 위안런궈(元仁國) 전 회장과 가오웨이둥(高衛東) 전 회장 등 수많은 전·현직 임원과 그 가족들이 체포돼 감옥으로 향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익숙했던 마오타이의 주가 역시 현재 5위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 2월 2601위안으로 정점을 찍은 마오타이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 1459위안 수준이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던 마오타이는 올해 매출 증가율 목표치를 9%로 잡았다.
이도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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