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밤 남신 백호, 집밥의 추억과 엄마의 레시피 공개 [쿠킹]
[뭘먹고 자랐길래] 어린 나이에 치열한 경쟁을 겪은 아이돌에게 집밥은 어떤 의미일까. 마음이 지칠 때마다 떠오르던 한 끼, 다시 힘을 내게 했던 따뜻한 밥상. 잘 먹고 잘 자란 이들이 직접 만들어 본 엄마의 밥을 통해,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봤다. 첫 번째 주인공은 아티스트 백호다.
" 아이돌로 데뷔해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본능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나만의 익숙한 것이 무엇인가 나다운 것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하죠. "
데뷔 13년 차 아티스트 백호는 2012년 그룹 뉴이스트로 데뷔해 지금은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이다. ‘올라운드 아티스트’, ‘파워보컬’, ‘여심 저격수’. 활동범위를 넓혀갈수록 그의 이름 앞에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최근에 붙은 수식어는 ‘워터밤 남신'. 화려한 퍼포먼스와 무대 매너로 한여름을 뒤흔드는 중이다. 하지만 몇 개의 수식어만으로 백호를 다 설명하긴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무대에 올라 대중의 평가를 받아내며 쌓아온 근성과 일에 대한 열정, 성실함이 매번 새로운 백호를 만들기 때문이다.
Q : 원래 가수가 꿈이었나요.
가수란 직업을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었어요. 제주에서 캐스팅돼 서울에 올라와 노래와 춤을 배우면서 자연스레 꿈이 되었죠.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어느새 13년 차가 됐는데, 저는 지금이 정말 좋아요. 하루하루 열심히 활동해서 지금이 제가 됐으니까요. 지금 다시 제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활동을 오래 하는 것”이라고 답해요. 누군가에겐 제가 오래 일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제 기준엔 그렇지 않거든요. 더 오래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어요.
Q : 아이돌을 하기 위해 서울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나요.
흔쾌히 허락해주진 않으셨어요. 오히려 할아버지가 이건 허락해줘야 할 것 같다고 부모님에게 말씀하셨대요. 인생을 살면서 큰 기회가 세 번 정도 오는데, 지금이 그중 하나일 수 있다고요.
Q : 연습생 때는 어땠어요. 숙소 생활은 낯설고 잘하는 친구들도 많아서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혼자라면 낯설고 주눅 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뉴이스트 멤버들 모두가 거리 캐스팅으로 모여 비슷한 상황이었죠. 저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서로 의지하며 잘 지냈어요. 지금도 생각나는 게,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많이 탄 것 같아요. 환승할 때, 사람들이 카드를 한 번 더 찍는 걸 보고 왜 돈을 두 번 내지, 그랬고요(웃음).
Q : 숙소 생활할 땐 건강 챙기기 쉽지 않았겠어요.
16세에 시작해서 20대 초중반까지 숙소에서 생활했는데, 16세 학생이 뭘 할 줄 알겠어요. 잠자는 시간 빼곤 거의 다 연습실에 있으니 요리 배울 시간도 없고요. 빨래만 해도 세탁기 버튼 대충 눌러보고 작동하면 좋아하고, 그렇게 하나씩 배우며 살아갔죠(웃음). 식사를 챙기기 시작한 건 혼자 살게 되면서였어요. 그 무렵 다이어트를 하게 되고, 운동에 관심이 생기고, 몸도 만들어보고 싶어졌는데, 배달 음식으로 몸을 관리하는 건 역부족이었거든요. 그래서 뚝딱뚝딱 요리를 시작했죠. 설탕 안 넣고 간장 조금 넣어서 간을 약하게 만드는 음식이요. 사실, 제가 먹는 걸 정말 좋아해요. 다이어트 기간이라고 닭가슴살만 먹는 거, 힘들어요(웃음).
Q : 생각보다 요리 실력이 있겠어요.
집에서 제사를 지내요. 엄마가 음식 만들 때 옆에 많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심부름해야 하니까요(웃음). 그리고 제 생각이지만, 저희가 같이 음식 만드는 걸 엄마가 원하는 느낌이었어요. 일손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걸 엄마도 원하셨던 거 같아요.
Q : 가장 처음 만들어본 음식이 뭔가요.
명절 때 떡을 만든 거? 제주도 토속음식인데 ‘별떡(기름떡)’이라는 게 있어요.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별 모양의 틀에 찍어 모양을 잡은 다음 기름에 튀기듯 지져내 설탕을 묻혀서 먹는 음식이에요. 엄마가 틀 하나를 주면서 떡을 찍어내라고 하셨죠. 어릴 땐 그게 정말 재미있었어요(웃음).
Q : 혼자 살면서 만든 건강식으론 뭐가 있나요.
제육볶음을 자주 만들어 먹어요. 다이어트할 때도 만들어 먹을 정도로요. 그땐 설탕을 넣지 않아요. 고추장도 거의 넣질 않고요. 요즘은 김치 시즈닝처럼 저열량 시즈닝 제품이 잘 나와서요. 그런 재료를 조금씩 조합하며 맛을 완성해가는 거죠. 물론 처음에는 제육볶음이 아니라 그냥 빨간색 고기 같았어요(웃음). 그러다 양파를 넣으니 단맛이 더 나는구나, 하는 식으로 조금씩 맛을 찾아갔어요.
Q : 그렇게 잘 먹고도 몸을 잘 관리하는 비결은 뭔가요.
저는 진짜 잘 먹어요. 일단 하루 세끼는 먹고요. 운동 후 바로 스케줄 갈 때는 가벼운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때도 있어요. 닭가슴살도 먹지만, 삼겹살을 좋아해서 돼지고기를 자주 먹어요. 대신 삼겹살을 먹을 땐, 삼겹살은 지방이 많으니까 밥을 좀 덜고, 닭가슴살처럼 지방 없는 고기를 먹을 때는 밥을 더 먹고요. 이런 식으로 밸런스를 맞춰요. 제 생각에 다이어트는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 얼마나 먹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짧은 기간에 많이 빼는 것보단 꾸준히 오래 하는 게 좋고요.
Q : 음식과 건강에 관한 이해가 상당하네요.
제가 제 몸을 실험하는 느낌이에요. 이렇게 먹어서 살이 빠지는 걸 제 눈으로 보니까요. 반대로 어떻게 하면 안 빠지는 것도 몸으로 느끼고요. 몸무게는 재지 않아요. 거울을 보고 복근이 어느 정도 나왔나, 얼마나 가려졌나 보는 정도예요. 제 운동의 목적은 미용에 가깝거든요. 누구는 힘이 세지고 싶어서 운동할 수 있고, 누군 살을 빼고 싶어서 운동하잖아요. 제 목적은 무대에서 예뻐 보이는 거예요.
Q : 팬 미팅 때 요리할 환경이 갖춰진다면,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음식이 있나요.
팬시한 음식이 좋을 것 같아요. 핑거푸드처럼 비주얼이 예쁜 음식요(웃음). 크래커에 참치 올리고 약간 이런 거요.
Q : 본인도 잘 웃고, 주변 사람까지 웃게 하는 재능이 있던데. 스트레스는 덜 받는 편인가요.
스트레스는 많죠. 그렇지만 그건 그거고, 사람들을 대하는 건 다른 일이니까 분리하는 거죠. 물론 잘 안 될 때도 있지만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 적절한 배합을 찾고 있는 중 같아요.
Q : 이 일 자체가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돌로 데뷔했으니까,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있어요. 10년 넘게 이렇게 살아오기도 했지만, 이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더 새로우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새로운 기회가 온다면, 어떤 활동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이면 하겠다고, 마음을 열어두었어요. 또 새로운 일에도 익숙한 것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때 쾌감이 들기도 하죠.
Q : 익숙함은 어디에서 찾나요.
음악 자체가 좋고, 음악이란 매체로 나를 표현하는 사람이에요. 장르적으로는 새로운 변화가 있어도, 그 안에서 ‘코어가 있는 메시지’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고요. 내가 주로 사용하는 음역을 사용해서 익숙함을 한 번 주는 식으로요. 코어란 표현이 거창하긴 한데, 제 코어는 ‘지금의 나’예요. 음악을 발표할 때면 그 당시의 나인 거죠. 예를 들어 그룹 활동 때는 그려내야 하는 세계관이 있고, 그 안에서 제 노래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저만의 생각보다는 그때의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거죠. 반면 내가 가진 생각에 집중해서 노래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리면 내 모습을 점점 잃는단 생각도 조금 드는 것 같아요.
Q :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하게 되는 건가요.
아예 다른 노래를 하고, 아주 다른 퍼포먼스를 하는데도 ‘백호답다’라는 부분이 생기잖아요. 결국, 같은 사람이 플레이하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일부러 집착하진 않아요. 자연스럽게 발현하고 스스로 알아채면, 그때 생각해보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나란 사람을 공부하는 느낌 같아요.
Q :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네요.
그런 거죠. 예를 들면 앨범마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잖아요. 이번에 R&B를, 다음엔 다른 실험적인 사운드를 만들고 싶다고요. 그런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 어떤 장르에 도전하든 담백하면 좋겠다는 거예요. 제가 과한 걸 선호하진 않는 거 같아요. 워터밤 무대를 예로 들면, 페스티벌 자체의 무드가 물을 맞고 상의 정도 탈의하면서 분위기에 더 잘 녹아들게 되잖아요. 하지만 상의 탈의를 하더라도, 과해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는 거죠.
Q : ‘과하지 않은 담백함’이 ‘백호다움’을 만드는 기준이군요.
그래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어요. 사실, 진짜 나 같아야 담백하거든요. 과해 보이고 담백하지 못할 땐, 보통 ‘나’를 너무 벗어났을 때가 대부분이에요. 그러고 보니, 음식도 담백한 걸 좋아해요(웃음).
Q : 지금까지 음악을 하며 알게 된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이죠. 제가 서른 살인데, 보통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직업을 찾은 사람도 생기고, 어릴 때와는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하는 그런 시점이잖아요. 반대로 뭔가 바뀔 것 같았지만 안 바뀌는 생각도 있고요. 정리하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인 나’인 거죠.
Q : 그중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장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에요.
저는 아빠랑 많이 닮았어요. 외모도 성격도요. 맞는 건 맞고, 아닌 거는 아닌 성격이에요. 그래서 “아닌 건 아니”라고, 잘 말하는 방법을 연습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살고 싶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맞는 것을 맞다고 이야기하는 방법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왜 맞는지 설득할 수 있도록, 잘 말하는 방법이요. 딱히 비결은 없지만, 상대에게 더 솔직히 이야기하려고 해요. 대신 좋은 일 있을 때는 솔직하게 좋아하고, 고마운 일이 있으면 더 고맙다고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요.
Q : 유난히 힘들었던 날 생각나는 엄마의 밥이 있다면요.
엄마가 해주는 국 요리를 다 좋아해요. 특히 하얀 국물 요리를 많이 해주셨어요. 무와 배추를 함께 넣고 따뜻하게 끓인 제주식 콩국도 그렇고, 갈치 넣어 국으로 끓이는 갈칫국도 좋아하고요. 그리고 감자탕에 들어가는 돼지 등뼈인 감자뼈를 푹 고아서 만든 국도 있어요. ‘접짝뼈국’이라는 제주 음식이에요. 이것도 참 좋아해요.
Q : 마지막으로 오늘 소개해줄 엄마의 레시피는 뭔가요.
제주식 콩국이요. 만드는 법도 간단해요. 불 조절만 잘하면 됩니다. 물이 끓으면 반드시 ‘약한 불’로 줄인 다음에 콩 반죽을 넣어야 해요. 엄마가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해서 우유 대신 두유를 넣은 토스트로 만들어 보려고요. 콩은 피부에도 좋다고 하니, 더 예뻐지시라고 (웃음). 여러분도 따라 해보시면 좋겠어요.
▶ 백호처럼 예뻐지고 싶다면? ‘제주식 콩국’ 만들어 볼까.
백호가 만든 요리는 제주식 콩국과 두유 프렌치 토스트. 콩국은 달큰한 무와 배추 그리고 고소한 콩가루 반죽을 넣어 따뜻하게 끓여낸 제주 향토 음식이다. 토스트는 우유를 못 먹는 엄마를 위해 특별히 두유를 넣어 만들었다. 모두 콩이 들어간 음식이다. 콩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있어 특히 피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백호와 엄마 모두에게 좋은 건강식이다.
제주식 콩국
① 무는 채 썰고, 배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찢는다.
② 중형 냄비에 물을 절반 정도 채운 다음, 준비한 무와 배추를 냄비에 넣고 끓인다. 무와 배추는 냄비의 4분의 1 정도(물의 절반)를 채울 정도로만 넣으면 된다.
③ 콩가루에 차가운 물을 조금씩 넣으며 반죽한다. 튀김 반죽처럼 되직한 질감의 반죽으로 만들면 된다.
④ 물이 끓어 채소가 익으면 중간 불에서 약한 불로 바꾼다. 콩가루 반죽을 한 번에 냄비로 붓는다. 물에 넣은 반죽을 저으면 풀어지기 때문에, 절대 젓지 않는 게 중요하다.
⑤ 약불에 올린 콩국에서 콩 비린내가 사라지면 불을 끄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각자 먹기 좋게 개별 그릇에 던 다음 따로 간을 해도 된다.
두유프렌치토스트
① 그릇에 달걀, 무가당 두유를 넣고 소금 한 꼬집으로 간한 뒤 잘 섞어 두유 달걀물을 만든다.
② 넓은 그릇에 두유 달걀물을 넣고 식빵을 적신다.
③ 중불로 달군 팬에 버터와 콩기름을 넣고 버터가 녹으면 약불로 낮춘다.
④ 식빵을 올린 뒤 뚜껑을 덮고 굽는다. 밑면이 노릇하게 구워졌으면 뒤집어 마저 굽는다.
쿠킹팀=황정옥·이세라·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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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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