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왕은 없다"…트럼프 생일, 2000여 곳서 '反트럼프 시위'

1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반 트럼프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시위는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부터 서부해안 캘리포니아주까지 2000여 곳에서 진행됐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풀뿌리 단체들이 기획한 시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뜻에서 ‘노 킹스(No Kings)’라는 이름이 붙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필라델피아·뉴욕·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인파가 모인 가운데 도심 행진이 이뤄졌다. 필라델피아에선 10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NYT는 시위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성 소수자 탄압, 국내 군대 파병, 연장지출 삭감 등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노 킹스(No Kings)”, “트럼프의 생일 파티가 아니다”, “우리는 왕이 아니라 국민의 통치를 받는다”,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적”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시위는 대체로 팻말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빚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는 시위가 공식 종료된 뒤 경찰 저지선을 넘어서려는 일부 시위자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해 저지했다고 NYT는 전했다.
‘노 킹스’ 시위 추최 측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이민단속 반대시위’ 이후 300개 이상의 집회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전체 집회 참석 인원이 지난 2020년 미 전역에서 벌어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취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거리에 탱크를 내세우고 TV용 권력 과시 행사를 벌이려 한다“며 ”하지만 진정한 힘은 워싱턴에서 무대 위에 올려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모든 곳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은 ‘국기의 날(Flag Day)’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워싱턴 DC에서는 국기의 날을 맞아 에이브럼스 탱크 28대와 헬기 50대, 군인 6700명 등이 동원된 대규모 열병식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DC는 공식적인 노 킹스 집회 개최지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과정에서 시위가 벌어지면 “매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따른 조치다. 민주당 소속 의원과 배우자가 자택에 침입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미네소타 전역도 모든 시위가 전면 취소됐다.
조문규.황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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