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2차대전 패전 후 80년만에 첫 '재향군인의 날' 행사
지난해 의회에서 법 통과 후 올해 첫 행사
지난해 의회에서 법 통과 후 올해 첫 행사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처음으로 15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 행사를 연다.
지난해 독일 의회는 매년 6월 15일에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격려하는 날을 제정해 공개 행사를 여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서는 이날 전·현직 독일군 장병들을 위한 재향군인의 날 행사가 마련된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베를린 연방의사당 앞에 지어진 '참전용사의 마을' 등을 방문하고 전·현직 군 장병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표하고 치하할 예정이다.
미카엘 크라우스 보훈처장(중령)은 FT에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행사에 "탱크도 전투기도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번 행사가 (독일군에) 정말 좋은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일으킨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황폐화된 이후 연합국에 항복하며 패전국이 된 독일은 전후에는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안보를 의지한 채 방어적 성격의 군사력을 소규모로만 확충해왔다.
1955년 창설된 이래 의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독일연방군은 대내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지 않고 화려한 퍼레이드 같은 것도 금기시하는 등 철저한 '로키'(Low key) 행보를 보여왔다.
재향군인이나 참전용사, 보훈 같은 개념도 1945년 패전 후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재의 독일연방군보다는 과거 나치 정권의 악명높은 옛 독일군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금기시돼왔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안보가 크게 위협을 받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미국의 압박 속에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면서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도 독일을 유럽에서 재래식 전력이 가장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전 이전의 독일이라면 생각하기 힘든 변화다.
독일이 참전용사들을 위한 국가적 기념일을 마련한 것은 전후 독일군에서도 전쟁과 해외 작전을 경험한 장병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독일에 소위 '재향군인'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전후 독일연방군이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다.
독일군은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근 20년 가까이 참여하며 연인원 9만3천명이 전장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59명의 독일군 장병이 아프간에서 탈레반과 싸우다 전사했다.
독일 보훈의 날은 이렇게 아프간전쟁을 경험하고 돌아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후유증을 겪는 예비역들이 주축이 돼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2012년 독일 국방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광범위한 정치적 반대에 직면해 성사되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요구는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독일 의회는 매년 6월 15일을 재향군인의 날로 정해 공개 행사를 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크푸르트 평화연구소 사라 브록마이어-라르게 연구위원은 독일 정치인들이 보훈의 날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제대로 작동하는 군대가 필요하다는 독일 사회의 인식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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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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