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유럽 4개국 전기차 출시...“모터스포츠로 인지도 UP”

현대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전기차를 앞세워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제네시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르망 24시’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 등 4개국에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60’, 중형 SUV ‘GV70’과 준대형 세단 ‘G80’의 각 전기차 모델을 내년 초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제네시스는 2021년 독일·영국·스위스 등 3개국에 진출했는데 4년 만에 진출국을 총 7개국으로 늘리는 것이다. 기존 3개국 주력 판매 차종도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영국 벤틀리 등 럭셔리 브랜드, 이탈리아 페라리 같은 수퍼카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량은 단 2660대에 그쳤다. 제네시스의 글로벌 전체 판매량(2024년 22만9532대)에서 유럽 판매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성과가 미미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유럽 내 주력 차종을 럭셔리 전기차로 바꿔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2035년 신규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개정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전기차 전환은 유럽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신규 진출 4개국의 고급차 시장이 연간 93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전기차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제네시스 유럽법인장은 “유럽 시장은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해 100% 내연기관차만 판매하기에는 굉장히 어렵다”며 “자동차가 클수록 이산화탄소 배기량도 많아 전동화 모델을 (주력 판매 차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는 유럽의 다른 고급차 브랜드 대비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기차인 ‘GV70 일렉트리파이드’의 국내 판매가는 약 8000만원인데, 이와 비슷한 가격으로 유럽에 출시되면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QE’의 유럽 가격 9만3000유로(약 1억5000만원·프랑스 기준)의 절반 값이다. 마르티넷 법인장은 “유럽 소비자로서는 현지 브랜드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서 뛰어난 성능을 제네시스를 통해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네시스는 유럽에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창단한 스포츠 레이싱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MR)’이 14일 세계 3대 모터스포츠로 꼽히는 ‘르망 24시’에 출전한다. 모터스포츠는 유럽에서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종목으로, 특히 르망 24시는 24시간동안 쉼없이 주행해야 하는 조건이어서 세계 최고의 내구 레이스 대회로 꼽힌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글로벌디자인본부장(CDO)은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기술력과 경험이 제네시스 브랜드와 양산차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제네시스의 유럽 진출국 확대는 10~20년 후 유럽 시장의 전기차 전환에 대비해 브랜드 가치를 쌓기 위한 전략”이라며 “유럽 수출용 제네시스가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국내 생산량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삼권([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