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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부터 배달기사까지...오래되고 새로운 한국 이야기 담은 미술, 세계가 주목한다

K컬처 한단계 도약-③미술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 6개 부분을 휩쓸었다. ‘한류 원조’인 K팝과 영화, 드라마에 이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았던 공연과 미술, 문학 등까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으며 K컬처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단계 도약 중이다. 그 현황과 과제를 점검하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런던 테이트 모던의 '제네시스 익스비션 서도호: 집을 걷다'에 출품된 한옥 탁본 '러빙/러빙: 서울 홈(Rubbing/Loving: Seoul Home)'. epa=연합뉴스
개관 25주년을 맞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는 10월 19일까지 서도호(63) 특별전이 열린다. 미술관에 종이로 만든 실물 크기 한옥이 들어섰다. 그가 유년기를 보낸 서울 성북동의 한옥 외벽을 종이로 덮고 흑연과 색연필로 문질러 탁본한 '러빙/러빙: 서울 홈(Rubbing/Loving: Seoul Home)'이다. 5ㆍ18 민주화운동 이후 비어있던 광주극장 사택 2층을 탁본한 작업도 전시됐다.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의 스틸컷. 25분 영상으로 테이트 모던에도 소장돼 있다. 사진 갤러리현대
테이트 모던은 또한 이 미술관의 역사를 대표하는 소장품 25점을 선정했다. 뒤샹의 '샘'(1917), 달리의 '랍스터 전화'(1938), 마티스의 '달팽이'(1953), 로스코의 시그램 빌딩 벽화(1958) 등과 함께 김아영(46)의 영상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도 포함됐다. 작가의 코로나 19 경험에서 출발,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 댄서' 소속의 여성 배달 라이더를 주인공으로 임시 계약경제와 플랫폼 노동의 현실을 담았다.

한옥부터 배달기사까지, 한국 미술의 강렬한 스토리텔링
김아영은 올해 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8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제3회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그의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의 주요 장면이 담긴 수상 축하 영상이 한 달가량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LG 전광판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그는 오는 11월 뉴욕 MoMA의 PS1 분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진나달 8일(현지시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제3회 LG 구겐하임 어워드 시상식. 왼쪽부터 박설희 LG 브랜드담당 수석, 수상자 김아영, 나오미 벡위스 구겐하임미술관 관장 직무대리. 사진 갤러리현대
한옥부터 배달기사까지, 오래되고 새로운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미술에 세계 미술관들이 주목하고 있다. 집을 매개로 살펴보는 기억, 서비스 노동자의 지위 등 특수한 듯 보편적인 이야기를 탁본이나 AI 영상 등 독창적 방식으로 담아내는 이들 작품이 널리 공감을 얻었다.
LG 구겐하임 어워드 시상식을 맞아 수상자 김아영의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의 주요 장면을 담은 축하 영상이 한 달여간 뉴욕 타임스스퀘어 LG 전광판에서 상영됐다. 사진 LG
세계 미술의 흐름을 바꾼 한국인으로 백남준이 첫손에 꼽힌다. 그의 혁신은 이우환ㆍ이불ㆍ서도호ㆍ양혜규의 도전으로 공고하게 이어졌다. 산업화의 뒤안길에 버려진 여성 노동자들을 다룬 영상 '위로공단'으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도 있다. 우리의 이야기인 동시에 세계 곳곳 산업화의 그늘을 비추는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오는 11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 열리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 사진 NMAA
컬렉터를 통한 한국 미술의 스토리텔링도 이어진다. 오는 11월 미국 스미스소니언에서 시작, 시카고 미술관, 영국박물관으로 순회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다. 한국의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컬렉터 이건희를 중심으로 재조명한다. 전시를 기획 중인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의 체이스 로빈슨 관장은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높아가는 관심을 극대화할 방안은 꾸준한 전시뿐이라 여겨 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도 임명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익스비션, LG구겐하임 어워드…아트 마케팅도 다변화
한국 미술의 성장과 함께 기업의 아트 마케팅도 다변화됐다. 서도호의 테이트 미술관 전시 이름은 ‘제네시스 익스비션 서도호: 집을 걷다’, 제네시스 후원 전시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도 중장기 파트너십을 체결,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 입구에 이불의 조각 4점을 설치했다. 메트로폴리탄은 올해 미국 미술가 제프리 깁슨의 조각을 입구에 설치한다. 두 번째 파사드 커미션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지난해 '제네시스 파사드 프로젝트로 이불의 조각 네 점을 미술관 건물 정면의 외벽에 오목하게 파인 공간(니치)에 전시했다. 사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지난해 테이트 모던의 명물 터빈홀에서는 ‘현대 커미션: 이미래: 열린 상처(Open Wound)'가 열렸다. 현대차가 2014년 체결한 장기 파트너십에 따른 전시로 필립 파레노, 수퍼플렉스, 아니카 이, 엘 아나추이 등이 거쳐 갔다. 면면을 보면 한국 미술에 국한하지 않고 후원의 권위와 의미를 확장했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가인 스테파니 딘킨스, 대만 출신의 슈리칭에 이어 김아영을 제3회 수상자로 선정한 LG 구겐하임 어워드도 마찬가지다.

가까이서 본 이불의 '롱 테일 헤일로:CTCS #2. 사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후원 기업들의 이름을 보면 2010년 삼성그룹이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에 아시아 미술 담당 큐레이터를 지원하던 때보다 훨씬 다변화됐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구겐하임은 알렉산드라 먼로 삼성 아시안 아트 수석 큐레이터를 임명, 2011년 이우환 회고전을 열었다.

더 알려지고, 보여야…전문가ㆍ연구 지원 필요
그러나 지난해 LA카운티미술관이 이중섭ㆍ박수근 등의 위작 의심작을 기증받아 ’한국의 보물들‘ 전시를 여는 등 설익은 관심의 위험성도 드러났다. 해외에서 한국 미술이 여전히 낯설고, 한국 미술 전문가들의 역량과 입지가 약한 탓이다. 김환기의 전면점화 ’우주‘(1971)가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53억원에 팔리면서 한국 미술품 경매 100억원 낙찰 시대를 열었지만, 그 수요가 한국이나 아시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1973)은 오는 11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으로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 전시된다. 사진 (재) 환기재단, 환기미술관.
한국 미술이 더 알려지고, 보이고, 연구의 뒷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외 박물관 한국실 운영 지원사업’을 통해 미주ㆍ유럽ㆍ아시아 등 10개국 23개관의 한국실 운영을 개선하고 전문가를 파견하는 시스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조앤 기 뉴욕대 미술사대학원 원장은 “한국 미술의 성장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한국 전문가가 아닌 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미술사를 구축해 국제 미술의 담론장에서 반박할 수 없도록 자리잡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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