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에 '대화' 하라면서도 뒤돌아선 웃는 서방
마크롱 "이란 우라늄 농축·탄도미사일 역량 감소…원하는 효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비난 대신 "자위권" 옹호
마크롱 "이란 우라늄 농축·탄도미사일 역량 감소…원하는 효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비난 대신 "자위권" 옹호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서방은 확전 자제와 외교적 해법을 촉구하면서도 내심으론 만족하는 눈치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우려에 노심초사하던 터에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타격, 결과적으로 억제 효과를 얻어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속내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13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과 이란이 외교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 공격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공격을 권고하지도 않았다"며 "우리는 외교적 길을 지속적으로 추구했고 이란 핵이나 탄도미사일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공격의 결과를 보면,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탄도미사일 역량이 감소했다"며 "따라서 원하는 방향으로의 효과가 있다"고 솔직한 '관전평'을 내놨다.
이에 대해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4일 "이스라엘 당국에 일종의 백지수표를 주는 듯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는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공격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이란 공습을 비난하지는 않는 어정쩡한 태도에서도 감지된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진전이 이스라엘에 원인을 제공했다며 일제히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고 나섰다.
르몽드는 "이 같은 역설적 지지는 이란 핵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가장 적극적이었던 유럽 주요국의 지난 행보와 상반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대비해 프랑스, 영국, 독일의 공식 채널은 이란과 협상 재개를 시도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군사 옵션 실행을 막으려 노력해 왔다고 지적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럽은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에서 배제된 채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개발업 동지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주도하는 협상 상황을 지켜만 봐야 했다.
르몽드는 유럽이 핵협상에서 소외되면서 유럽 관료들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매우 진전됐으며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공감대를 쌓아 왔다고 짚었다.
프랑스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문제를 '10년 이상' 해결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군사 작전도 고려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이는 그간 프랑스가 이란 문제에 보여 온 신중함과는 대조된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엘로이즈 파예트는 르몽드에 "이스라엘의 작전은 주권 국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포함하고 있어 위험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라며 프랑스의 태도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나 공습이 실제 이란을 핵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 핵확산 방지 협회의 캘시 대븐포트도 지난 3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위협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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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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