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30대 영화감독 씨 마른다”
![지난달 한예종에서 열린 한지원 감독의 ‘이 별에 필요한’ 시사회. 넷플의 첫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다. 이날 시사회는 넷플과의 작업 과정을 묻는 재학생의 질문들로 채워졌다. [사진 넷플릭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16/34d884c7-9d5b-4483-ab74-f728616f3f98.jpg)
2020년 독립영화로 데뷔를 한 30대 감독 A씨가 지난달 26일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 결과를 보고 든 생각이다. 한국 영화계 불황 속, 신인감독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왔던 중예산 규모의 작품 지원사업에 기성감독들이 대거 선정되며 신인감독들의 상업영화 데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접수를 시작한 이 지원사업은 국내 처음 도입된 예산 규모 100억의 상업영화 지원책으로, 영화산업 회복을 위해 만들어졌다. 113개 작품을 검토했고, 이 중 순제작비 20억~80억원 규모의 실사 극영화 9편이 선정됐다.
A감독이 놀란 건 선정작 감독들의 이름이었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장훈 감독의 ‘몽유도원도’에 각각 15억 지원이 결정됐고, 예비 1번에 변영주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9편 중 상업데뷔감독은 신인 김선경 감독과 단편을 만들어 온 김정구 감독뿐이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시민덕희’.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데뷔작이다. [사진 쇼박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16/630d72e4-8262-45cb-a03c-6e1a833af4ba.jpg)
이런 상황에서 신인감독의 상업 데뷔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개봉작(개봉 후 40회 이상 상영한 작품) 225편 중 20편만이 신인감독의 상업 데뷔작이었다. 이 중 3편은 개봉이 늦어진 ‘창고영화’(시민덕희)이거나 무술감독·배우의 연출데뷔작(범죄도시 4·분노의 강)이었다. 올해의 경우 4월까지 실질개봉된 작품 70편 중 6편이 신인감독의 상업 데뷔작이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중예산영화 지원작으로 선정됐으나 자진 취하했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16/6f6d3beb-a087-4441-bf2b-c965177aa501.jpg)
영화계 관계자들은 그간 투자를 통해서만 꾸려져 온 상업영화에 대한 지원체계가 탄탄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상업영화 데뷔 20여년 차인 C(57) 감독은 “이대로면 30대 영화감독 씨가 마른다”며 “상업감독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 투자의 마중물이 되는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용배 교수는 “봉준호·박찬욱 감독이 대표작을 낸 시기는 영화 투자와 지원이 활발했던 1998~2006년 사이다. 그때처럼 적극적 지원을 통해 영화 환경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리([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