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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새 정부가 맞서야 할 빌런

어환희 IT산업부 기자
30년 동안 달라진 것이 과연 배우 톰 크루즈의 주름뿐이었을까. 지난달 중순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여덟 번째 시리즈 말이다. 평균 4년에 한 번꼴로 성실하게 속편을 내 온 장수 시리즈물, 그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번 8편은 유독 톰 크루즈의 외형에 대한 평이 많았다. 1996년 34살의 나이로 시리즈의 출발을 알렸던 그는 어느덧 60대에 접어들었고, 눈가와 입가의 주름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었을지도.

주름보다 더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요소는 오히려 빌런(악당)의 정체다. 1편에서 빌런은 인간이었다. 첩보조직 IMF를 이끄는 짐 펠프스(존 보이트)는 신뢰받는 리더였지만, 은퇴 후 안정된 삶과 돈을 위해 조직을 버리고 기밀 정보를 팔아넘기려다 조직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와 갈등을 빚는다. 30년이 흘러 2025년의 이단 헌트가 맞닥뜨린 빌런은 어떤가. 바로 ‘엔티티’라 불리는 인공지능(AI)이다. 1편에서 조직과 시스템의 취약점을 노린 한 인간의 배신과 거짓이 난무했다면, 8편의 빌런은 차원이 다르다. 시스템을 통제하고 핵무기를 장악해 인류의 멸망을 노린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8편에서 주연 톰 크루즈는 63세의 나이로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통 큰’ 빌런에 맞서는 이단 헌트의 대응도 흥미롭다. AI가 예상 못 할 행동을 통해 상황의 반전을 노린다. 가장 위험한 길을 일부러 택하는 등 인간이라면 당연할 법한 관성·습관·패턴에서 벗어나 AI를 당황하게 한다.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의 핵심을 파악한 대처법이다. 과거 바둑 AI 알파고와의 싸움에서 인간에게 승리를 안겨준 이세돌 9단의 78수도 떠오른다. 기존에 없었던 과감한 시도와 용기, AI와 공존해 나갈 영화 바깥세상에서 더욱 강조될 역량이다.

출범 열흘이 지난 새 정부에게 절박한 역량이기도 하다. 1948년 대통령제가 시작한 이후 줄곧 부작용으로 언급됐던 권력 집중의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권분립 체제에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가 3분의 2에 육박하는 190석 가까이 범여권인 상황이다.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위증 교사 사건 2심, 대장동 사건 1심 등 행정부 수장이 받고 있던 재판 5개 중 3개는 사법부에 의해 사실상 중단됐다. AI조차도 예측 가능한 뻔한 결말로 가지 않으려면 대통령제가 그간 보여줬던 알고리즘을 깨야 한다.

첫걸음은 ‘지지자=국민’의 공식을 타파하는 것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이번 정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50.58%가 내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진보도 보수도 아닌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지난 4일 취임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국민 과반수 지지에 걸림돌이 됐을 권력 폭주·사법리스크 등에 대한 불신과 우려의 씨앗을 거둬들여야 한다. 톰 크루즈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뻔한 주름이 아닌, 그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노장의 화려한 액션 연기에 있는 것처럼.







어환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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