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호족의 미학과 폐허의 전설, 미륵대원 터

월악계곡 깊은 곳 ‘미륵대원’의 옛터가 있다. 건물 기초와 돌부처가 잘 정비된 사(寺)지이며, 동편 둔덕 넘어 원(院)터도 함께 남았다. 원이란 교통 거점에 운영했던 일종의 여관으로 절과 원을 동시에 경영해 ‘사원’이 되었다. 이곳은 경북 문경과 하늘재, 충주 수안보와 지릅재가 연결되는 중요한 요지였다. 14세기까지 존속했던 이 사원은 지역의 유력 가문인 충주 유씨가 고려 초에 창건했으리라 추정한다. 왕건의 제 3왕비를 배출해 그 친자가 3대 정종과 4대 광종이 된 최고의 호족이었다.

합리적 추론과는 달리 고구려의 온달 장군이 이 절을 세웠다는 설이 전한다. 개울가의 보주탑, 동그란 큰 바윗돌이 온달이 갖고 놀던 공기돌이라고 물증도 제시한다. 또는 신라의 마지막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세웠다고도 한다. 동생 덕주공주도 건너편 월악산에 덕주사를 세웠다니 그럴싸하다. 한국의 폐허로는 드물게 남은 입체적 공간이 후세의 상상력을 자극해 생긴 전설들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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