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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직의 이코노믹스] 아이디어 재산권 도입 등 혁신 생태계 조성 정책이 해법

추락하는 장기 성장률 반등시킬 방안은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새 정부는 역대 정부 중 최악의 경제 상황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정부가 됐다. 지난 30년간 모든 정부가 경제의 ‘진짜 성장’ 능력인 장기성장률을 5년에 1%포인트씩 잃어버렸다. 그 결과 새 정부는 0%대 장기 성장률을 물려받게 됐다. 글로벌 기술 경쟁력도 최근 반도체까지 전산업에 걸쳐 크게 약화했다. 2014년 시작된 ‘빚내서 집 사기’를 권하는 경기 부양책의 결과, 지난달 서울의 주택 평균매매 가격은 10억원을 돌파했고 2023년 기준 전세 보증금 부채를 포함한 가계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35%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자산이 아니라 천문학적 빚을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것과 유사한 상황에서, 잘못 삐끗하면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에 빠져 책임을 모두 뒤집어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외 환경까지 크게 악화해 도널드 트럼프 발 관세와 인공지능(AI) 및 중국 기술 성장 등 메가톤급 충격 속에 5년 뒤 장기 성장률 마이너스 시대 진입까지 우려된다. 30년간 누적된 성장 추락은 양극화까지 악화시켜 국민의 먹고 사는 민생 문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장기 성장률 0%대, 가계빚 급증
양극화 심화하며 민생경제 위협

창조형 인적자본 통한 성장 필요
아이디어 생산 활성화 정책 시급

혁신적 발상에 세제혜택 제공해
대중 기반 기술정책 전환 꾀해야

총수요 부양, 장기 성장 제고엔 역부족
이코노믹스
이에 무엇보다도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을 저지해 장기 성장률 추세 반전을 위한 초석을 쌓는 것이 새 정부의 최대 과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5년에 1%포인트씩 장기 성장률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전략을 짜고 국가적 총력전을 펴야 한다. 예컨대 2025년 1%로부터 추세를 반전시켜, 2030년에 2%, 2035년에 3%, 2040년에 4% 달성을 목표로 하자. 새 정부도 ‘진짜 성장’을 슬로건으로 잠재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경제성장수석 자리까지 신설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성장 추락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이전 정부처럼 진통제 격인 총수요 부양책 처방만 답습해선 성장 추락을 반전시킬 수 없다. 총수요 부양은 단기적 경기 하락 대응 수단으로는 유효하지만 외환 위기나 집값 폭등, 가계부채 누적 등 부작용을 낳고 장기 성장률 추락을 막는 데는 효과가 없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나 소득 취약 계층의 고통이 큰 만큼, 이를 덜어주기 위한 진통 완화적 재정 정책은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근본적 원인을 치료해 장기 성장률을 증가시키는 성장 정책의 보조제 역할을 해야 한다.

차준홍 기자
5년에 1%포인트씩 장기 성장률을 증가시키려면 이제와는 다른 혁신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성장 추락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1995년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교수가 창도한 ‘현대 경제성장이론’에 따르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교육 등을 통해 국민이 습득한 지식이나 기술인 인적자본이다. 인적자본에는 모방을 통해 익힌 모방형 인적자본과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창조형 인적자본이 있다.

1960~80년대 한국은 모방형 인적자본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빠르게 성장했지만, 1990년대부터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20년 특허로 보호되는 선진국의 기술을 베껴 쓸 수 없게 됐다. 또한 인터넷과 챗GPT로 대표되는 AI의 급속한 발달로 모방형 지식은 무용지물화되고 성장 동력이 창조형 인적자본으로 변했다. 특히 애플의 ‘손 안의 컴퓨터’ 아이디어처럼 기술의 핵심 요소인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능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는 비트코인이란 아이디어가 한국의 GDP만큼의 가치를 창출했음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모방형 경제 체제를 탈피하지 못한 것이 성장 추락의 원인이다.

아이디어에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해야
3~4%대 성장을 회복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한마디로 ‘모방에서 창조로’다. 졸저 『모방과 창조』(2021)에서 제시했듯, 국가 성장 동력을 모방형에서 창조형 인적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민과 기업이 창조적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기술화해 ‘기술·아이디어 주도 성장’이 이뤄지도록 혁신 생태계의 밑바닥부터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기술 주도 성장을 위해서는 AI 시대 기술의 핵심 요소인 아이디어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보상해 주는 한편 아이디어 생산 능력을 키우는 성장 정책 도입이 필수적이다. AI 등 신성장 산업에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플랫폼을 만들어 혁신적 아이디어에 원작자의 이름을 붙여 등록해주고 재산권을 부여하는 ‘전 국민 아이디어 등록제’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

차준홍 기자
아이디어를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으로 구입하는 ‘아이디어 공적 구매 제도’와 아이디어 시장에서의 경매를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예컨대 고속도로 입·출구의 녹색·분홍선의 경우 원작자의 이름을 따 ‘윤석덕 색깔 유도선’으로 등록해 주고 정부가 경제적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 이 밖에도 테니스 실내연습장 같은 크고 작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수많은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나오도록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혁신 생태계의 근본부터 다지는 것이다.

또한 첨단 AI와 반도체 분야 등에서 혁신적 아이디어의 기술화·제품화를 촉진하기 위한 대기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독창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한 벤처기업 및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보조금, 혁신적 아이디어를 낸 직장인의 근로소득세 감면 등과 같은 재정·조세 인센티브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부동산으로 몰린 금융을 아이디어와 벤처 쪽으로 돌리는 세제 및 펀드도 검토해야 한다. 물론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에 인센티브 디자인 과정에서 전문가의 깊은 논의가 함께해야 한다.

창의적 기술 도전 늘어야 기술 진보 가능
이러한 성장 정책은 기술 개발을 일부 대기업이나 전문 연구 인력에만 의존하는 이전 정부의 소수 엘리트 기반 기술 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과 기업이 아이디어 생산에 참여하는 ‘대중 기반 기술 정책’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런 기술 대중화와 민주화 정책은 통계 법칙에 따라 성공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을 급증시켜 준다. 예컨대 국민 한 사람이 1조원짜리 유니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확률은 0.01%에 불과할지라도, 경제적 인센티브로 인해 국민 10만명이 아이디어를 내면 그중 하나 이상이 1조원짜리 아이디어일 확률은 100%에 가깝게 점프한다.

2018년 노벨상 수상자 폴 로머 교수의 경제 성장 모형도 기술 진보를 위해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함을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도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과 혁신에 따른 경제적 인센티브가 경제 성장 촉진에 중요함을 역설했다.

근로자에게 AI 의무적으로 교육해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 썬밸리리조트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사관학교 6기 교육생 입교식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제공
모든 국민의 창의력을 키워 아이디어와 기술 성공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교육 시스템 구축도 핵심적인 기술 정책이다. 이를 위해 한국형 스티브 잡스를 길러내기 위한 ‘열린 문제 창조형 수업’, 창의력을 키운 인재를 다양한 지역과 계층에서 선발하는 ‘창의력 평가 비례 경쟁 선발 입시’ 같은 학교 교육 및 입시 개혁도 검토해야 한다.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 인재의 저변 확대를 위해 2800만 근로자에게 AI와 창의력을 보편 의무 교육으로 가르치는 ‘근로자 창의력 프로그램’도 검토해야 한다. 1960년대 초 한국 경제가 8% 이상의 초고속 성장으로 점프한 것도 50년대 초등학교 보편 의무 교육으로 길러진 당시 ‘여공’으로 불리던 다수의 우수한 여성 근로자에 힘입어 가능했다. 자영업자나 소득 취약 계층의 어려움 완화를 위해 실시하는 추가경정예산도 AI 시대 생존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재정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최고의 민생은 경제 성장이다. 새 정부가 국민의 지혜를 모아 ‘5년 1%포인트 상승의 성장 전략’을 수립해 혁신 생태계를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많은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혁신적 아이디어가 분출되고, 이 아이디어를 기술화해 수출하는 한국판 애플과 엔비디아가 속속 등장하면 15년 뒤 장기 성장률 4% 달성이 불가능하지 않다. 15년 만에 한국 GDP만큼의 부가 가치를 창출한 비트코인급의 아이디어 하나만 누군가 생각해내도 우리의 장기 성장률이 5%로 점프한다. 희망을 갖고 노력하자.

모방형 vs 창조형 자본주의
자본주의 체제는 모방형과 창조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모방형 자본주의 체제는 모방형 인적자본의 가치 하락으로 인해 장기 성장률이 결국 0%대 혹은 마이너스로까지 하락하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장기 성장률이 6% 이상을 기록한 뒤 50년 이상 하락을 지속한 일본과 스페인은 결국 0%대,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마이너스로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창조형 인적자본이 성장을 견인하는 창조형 자본주의 체제는 하락 추세 없는 지속적인 양(+)의 경제 성장을 보장한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창조형 자본주의 체제를 확립한 미국은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 인재와 기업이 끊임없이 나오며 아이디어 생산을 크게 늘려 장기성장률이 100년 넘게 3% 수준을 유지해 왔다.

모방형 국가 중 한 때 빠른 속도로 성장해 미국의 1인당 GDP를 따라잡을 듯이 보인 나라도 있었지만 결국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리나라도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GDP가 미국의 67% 수준에 다다른 뒤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보다도 완벽한 창조형 자본주의 체제로 탈바꿈해 만약 지금부터라도 5%의 지속적 성장을 한다면 22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을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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