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바이오혁명] 성과 없는 연구개발 투자, 문제는 시스템이다

정부 R&D 과제 선정, 집행 방식
기획·로비 능한 연구자가 차지
논문 질·양 종합해 선발 가능
과제 아니라 연구자에 투자해야
기획·로비 능한 연구자가 차지
논문 질·양 종합해 선발 가능
과제 아니라 연구자에 투자해야
R&D 투자는 막대한데 성과는 부진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R&D 정상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16/34830aa4-d574-42f6-bd4d-f2a661432e80.jpg)
하향식은 정부가 연구 주제를 구체적으로 지정해 공모하고 이에 맞추어 연구자들이 연구과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분야를 지정해서 연구비를 투자해,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식재산과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하향식 사업의 주된 목적이다. 현재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공무원들이 모든 기술 분야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수한 과제를 선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결국, 투자 대상을 정하기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들의 자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 연구비를 확보해야 하는 연구자들은 본업인 연구보다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로비 활동과 그 결과 소집되는 각종 기획회의에 참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연구에 전념하는 과학자가 연구비를 받지 못하고, 기획과 로비에 능한 연구자가 연구비를 확보하지만 실질적 성과는 미흡한, 비효율적 구조가 형성된다.

발표 논문으로 우수 연구자 가리면 돼
하향식과 상향식 모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과제가 아니라 연구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연구자에게 과제 제안서를 요구하지 않고, 지난 3~5년 동안 발표한 논문 목록만 제출받아 이를 평가해 우수한 연구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가장 보편적인 논문 평가지표는 피인용 횟수다. 논문이 우수할수록 다른 논문에 피인용이 많이 된다. 총 피인용 수와 논문당 평균 피인용 수를 함께 고려하면 연구의 양과 질을 종합해서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논문이 인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선행지표로 학술지의 평균 피인용 수(임팩트 팩터)를 함께 활용할 수도 있다. 정량평가 결과를 정성평가로 보완할 수도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최근에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연구자가 향후에도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연구비를 받은 후에도 성과가 미흡하면 일정 기간 후 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과제 제안서와 연차보고서 작성, 타 과제 심사 등 행정 부담이 줄어들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하향식에서는 기획에 참여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비판이 있고, 상향식에서는 심사위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탈락했다는 불만이 있다. 최근 연구성과를 평가해서 연구자를 지원하면 이러한 논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정부·납세자·연구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으면서 하향식, 상향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제3의 트랙이 될 수 있다.
김진수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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