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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정부 지원, 영세기업·저소득층에 집중을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제시했다. “유연한 실용정부”와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강조하며, 첫 번째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것도 이러한 의지를 반영한다. 이는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경기 침체는 과거 동아시아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양상이 다르다. 한국 경제는 외부 충격보다 내부 체력 약화로 인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국내 소비 여력은 크게 줄었고, 주요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하락했다. 동시에 분배와 성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복합적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 중심의 신국제 질서가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민생회복 내세운 기본소득 예고
재정 여건상 전면 실시 어려워
상법 등 충분한 사회적 합의 필요

김지윤 기자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부는 민생 회복과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으로 기본소득제도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복지를 통합한 전면적 기본소득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실용적 기본소득 개념은 검토할 만하다. 이는 특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소득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 지역 화폐도 저소득층 중심으로 지급해 소비 진작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주거 안정 역시 중요한 과제다. 분양 중심의 주택정책에서 벗어나, 정부 주도의 영구임대형 주택 공급을 확대해 저소득층이 투기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경기회복과 장기적 성장동력 산업의 육성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네거티브 규제 중심의 환경을 조성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이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핵심 성장산업으로 지목하고, 민간투자 100조원을 이끌어내 세계 각국의 AI 인재들이 한국에 몰려들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취임사에서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 방향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지만, 자금과 기술 경쟁력이 충분한 대기업은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에 맡기면 된다. 중소 영세기업에 대해선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부채 탕감보다는 대출이자 부담 경감이나 원금상환 연기 등 정책적 지원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목표를 실현할 충분한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고금리와 가계 부채 누적으로 국민의 소비 여력은 이미 바닥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국 중 가장 높다. 여기에 재정 여건도 녹록지 않다. 올해 재정지출 증가율은 다소 줄었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여전히 77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2019년 54조4000억원이던 재정적자는 이후 급격히 늘어, 지난해에는 104조8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전망치를 포함하면 국가채무(D1)는 1277조원에 달하며, GDP 대비 48.3%로 2017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는 민생을 살리고 경기를 회복시켜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 여력도 고려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경기침체로 조세수입 전망도 어두운데 국회는 보다 강력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노란봉투법과 주 4.5일제 정책도 임기 초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도가 당장의 경기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새로운 제도의 추진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밝힌 정부 주도의 강력한 경기 활성화 정책은 재정 여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현재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제안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재정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국가채무를 더 늘리지 않고도 정책을 실현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제한된 재정과 시장 활력을 조화시켜 민생 회복과 경기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솔로몬의 지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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