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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시시각각]러브콜 쇄도, 꽃놀이패 쥔 김정은

장세정 논설위원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기습적으로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장면을 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반응이 궁금하다. '절대무기'를 손에 넣길 정말 잘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까. 핵 개발을 중단했거나 핵 개발 의혹만으로 비명횡사한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와 사담 후세인(1935~2006)의 얼굴을 떠올렸을까. 핵무기를 반납한 이후 러시아에 침략당한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생각했을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하자 이란이 미사일 수백 발을 쏘며 반격에 나섰다. [연합뉴스]
비핵화 쇼로 국제사회를 우롱해 온 북한은 핵 무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에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을 건설 중이라고 지난 9일 보고했다. 영변(플루토늄 재처리)과 강선(우라늄 농축)에 이은 세 번째 핵 시설이다. 지난 3월엔 '핵 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핵 폭주에 이어 재래식 무력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며 김정은은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
러·중·미·일·한, 북한에 유화 태도
조급해지면 비싼 청구서 내밀 수도
현실에 발 딛고서 속도조절 지혜를
대외적으로도 러브콜이 쇄도하니 김정은의 몸값은 지금 상종가다.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지원받았고, 지난해 6월엔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을 담은 '북·러 군사동맹'을 복원했다. 국제사회를 눈속임해 오던 북·러는 지난 4월 북한군 파병 사실을 실토하고, 6월엔 모스크바 전승절 기념식에 북한군 장성들이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4년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서명한 조약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양측은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을 사실상 복원했다. [연합뉴스]
북·러가 노골적으로 밀착하자 불편해진 중국은 북한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물밑에서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을 베이징에 초대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수차례 구애 메시지를 띄웠다. 최근엔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 채널을 통해 트럼프 친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한다. 2019년 '하노이 노딜'로 톡톡히 망신당한 김정은은 '나를 다시 만나려면 파격적인 선물을 먼저 제시하라'고 핀잔하듯 고자세다.
"북한 정권 종말"을 외치던 윤석열 정부가 12·3 비상계엄 자충수로 '자멸'한 과정을 보면서 김정은은 희희낙락했을 것이다. 6·3 조기 대선에서 집권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북한을 향해 올리브 가지를 흔들고 있다. 통일부는 갑자기 대북 전단 살포 불가 방침으로 급선회했고, 11일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시했다. 이튿날 북한은 남북 접경지역에서 대남 소음방송을 중단했다. 하지만 러·중뿐 아니라 미·일까지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대화 복구 의지와 '평화 경제론'에 북한이 얼마나 통 크게 호응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당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를 내세워 북한에 저자세를 보였으나 북한은 핵을 고도화했다. [연합뉴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에 올인했다. 금세 평화가 올 것 같았지만, 대화는 대화였을 뿐 풀릴 듯하던 북핵과 남북 갈등은 원위치로 돌아갔다. 국내 컨센서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치적 득실 계산을 앞세워 대북 이슈를 독점하며 특정 방향으로 몰고가니 매번 뒤끝이 좋지 않았다.
노회한 북한을 상대하려면 제대로 된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는 기본이고, 동맹의 신뢰를 얻어야 힘이 실린다. 도발을 격퇴할 수 있는 튼튼한 국방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한 나라에서 설익은 '민간인 국방장관'은 시기상조다. 성급한 전작권 전환에 집착하지 말고, 트럼프 2기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감축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김정은이 2023년 말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한 이후 북한은 통일을 지우고 남북을 다른 민족으로 간주한다. 통일이 멀어졌다는 비관론이 나올 수 있지만, 남북 갈등을 단칼에 풀겠다는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조급하게 달려들면 꽃놀이패를 쥔 김정은은 더 비싼 청구서를 내밀 것이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경기 연천군 25사단 비룡 전망대를 방문해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직접 지시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장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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