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경 칼럼] 새 대통령에겐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 실용·통합 행보 호평
당내 강경파 독주 최대 위협 요인
적폐 청산도 지나치면 정치보복
내 뜻 굽히고 안 싸우는 정치 해야
당내 강경파 독주 최대 위협 요인
적폐 청산도 지나치면 정치보복
내 뜻 굽히고 안 싸우는 정치 해야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최대 위협 요인은 당내 강경파의 독주다. 이들의 기세에 올라타 집권했기에 브레이크를 걸기가 쉽지 않다. 강경파는 3개월 내에 검찰을 해체할 태세다. 기소권은 공소청에,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은 총리 직속으로 설치되는 국가수사위원회를 통해 모든 수사에 개입할 수 있게 했다. 76년 동안 유지돼 온 형사사법 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격변이다.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가 당장은 달콤할 수 있지만 정권을 뺏기면 나를 겨누는 흉기가 된다.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일도 충분한 공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대통령을 변호했던 이승엽 변호사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하는 건 명백한 이해충돌이다.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에 동조하고 탄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위험한 발상이다.
다행히 이 대통령은 강경파의 속도전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단토록 한 강경파의 형사소송법 처리를 연기시킨 것도 이 대통령이었다. 서울고법이 재판을 연기한 마당에 그대로 밀어붙였다면 역풍이 불었을 것이다. 민생·통합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다른 폭주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내란·김건희·채 상병 등 3대 특검은 수사 검사 120명과 파견 공무원, 수사관까지 577명이 최장 170일간 수사하게 된다.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야 한다. 전직 검찰총장은 필자에게 “검사가 많으면 할 일 없는 검사가 생겨 없는 범죄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적폐청산이 지나치면 정치보복이 되고 의욕적으로 출발한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윤 정권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동시에 겨냥한 과잉수사로 야당 전체와 대립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 그 결과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었다. 몰락한 정권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야권은 초유의 매머드 특검 수사를 앞두고 벌벌 떨고 있다. 휴대전화를 바꾸고, 문서를 파쇄하고,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경제는 IMF 위기 때만큼 어렵고, 나라 밖 상황도 심각하다. 민생경제를 살리고,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외교·안보의 난제에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긴장상태가 오래가면 가장 중요한 국정 동반자인 야당이 기능부전에 빠진다. 그래도 좋은가.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면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확신이 강한 대통령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반대하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필요하다. 케네디 대통령은 동생 로버트 케네디 법무부 장관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1962년 쿠바 위기 때 강경파가 주도한 집단사고를 부숴 선제공격 대신 해상봉쇄를 선택했다.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았다. 자신의 대통령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을 정치에 입문시킨 정동영 의원, 20대 시절부터 멘토였던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우정어린 고언을 해 온 정성호 의원, 경험이 많고 눈이 밝은 박지원 의원, 신뢰가 축적된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른 시각에서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에도 당연히 그런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판단력이 뛰어난 대통령의 속도와 방향에 균형이 더해지면 위험이 줄어들고 더 큰 성과가 있을 것이다.
나는 부족하고, 채워야 할 것이 많다. 그래서 어떤 비판도 경청하고 언제든지 내 생각을 바꾸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곡즉전(曲則全), 능히 굽어질 수 있어야 온전하다”고 했다. 그래야 “다투지 않는다(부쟁·不爭)”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이 다투고 싸워 왔다. 대통령이 돼서도 싸우면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국민이 불안해진다. 이제부터는 달라지기 바란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이하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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