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공원 땅 파는 수상한 사람…'마약 땅묻기' 딱 걸렸다

경찰이 이른바 ‘땅 묻기’ 수법으로 필로폰·케타민 등 마약류를 국내에 유통·판매하려던 일당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이 해외에서 들여온 마약류는 약 3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15일 강남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소지·은닉) 혐의로 30·40대 남성 두 명을 지난 5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20대 남성으로 구성된 중간 판매책 4명도 순차적으로 검거해 이 중 3명은 구속, 1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베트남에서 말린 과일 속에 마약류가 담긴 봉지를 넣어 항공 택배로 국내에 들여온 뒤 소분해 유통·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총책 2명이 택배를 받아 마약류를 100g 정도씩 나눠 수도권 일대 공원 가로등이나 나무 밑에 묻고, 판매책이 이를 찾아 재차 소분해 판매하는 수법이었다.

총책들이 담당한 땅 묻기는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가면 나중에 찾아가는 ‘던지기’에서 발전한 신종 수법이다. 던지기는 소량의 마약을 판매하는 최종 단계에서 활용되는 반면, 땅 묻기는 주로 초반 유통 단계에 활용된다고 한다. 던지기보다 도난 위험이 적고 폐쇄회로(CC)TV 수사망을 피해가기 용이해 대량으로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경찰서는 “텔레그램에서 마약류를 판매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지난 3월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텔레그램 아이디로 사용자를 추적하고 수도권 일대 CCTV 영상을 두 달간 분석한 결과, 강남권 등 동네 공원 3곳에 묻힌 마약류를 발견했다. 이어 동선을 추적해 길과 집 등에서 유통책 4명을 긴급 체포하고 총책 2명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판매책 등 공범도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 300g, 케타민 900g, 엑스터시 160정 등을 압수했다. 이중 케타민은 1만8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케타민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클럽 마약’으로 불리 신종 마약류다. 관세청에 따르면 케타민 밀수 적발 중량은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 적발 중량은 47㎏으로 전년(38㎏) 대비 23% 증가했다.

경찰은 마약 땅 묻기 수법과 전쟁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2023년 11~12월 필로폰 17.6㎏을 국내에 유통한 일당 46명을 검거했는데, 이때 중간 유통책이 택한 방식도 땅 묻기였다. 중간 유통책은 필로폰을 100g씩 플라스틱 통에 나눠 담고 야산 땅속에 파묻는 방식으로 하위 유통책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9월 국내에 80억 원어치 마약을 유통하려다 검거된 유통책 6명도 야산에 마약을 묻는 수법을 사용했다.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마약 사건을 많이 다뤘지만, 땅속에 파묻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였다”며 “던지기 수법이 유명해져 다른 마약까지 가져가는 도난사건이 발생해 땅에 묻어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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