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 사우디가 원유 증산한 이유
"공격과 연관 짓는 건 비약" 분석도
"공격과 연관 짓는 건 비약"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 원유 시장이 출렁인 가운데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산유국 모임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증산을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올해 유가 약세에도 불구하고 OPEC+가 신속히 증산에 나서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작년까지 하루 220만 배럴(bpd)을 추가 감산했던 OPEC+은 올해 4∼6월에 13만8천 배럴씩 단계적으로 증산하기로 지난해 연말 결정한 바 있다.
이후 올해 5∼7월에 그보다 많은 41만1천 배럴씩을 증산하기로 하면서 4∼7월 총 증산분이 137만 배럴에 이르게 됐고, 이달 4일에는 OPEC+ 주요 회원국인 사우디가 8∼9월에도 41만1천 배럴 이상 증산을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뒤인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전투기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 등을 선제공격했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 공격하는 등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증산 압박에 따라 OPEC+가 생산량을 늘렸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핵 협상을 이어왔지만 그와 동시에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군사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을 경고해왔고, 이스라엘도 공개적으로 이란 공격 가능성을 거론해왔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라피단에너지의 밥 맥낼리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러시아·인플레이션 등 3대 문제 대응을 위해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증산 요청이 공격을 가능하게 하려는 조치였다는 건 큰 비약"이라고 봤다.
이어 "유가 상승 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증산 요청을 위해) 사우디에 전화할 것"이라면서도 "사우디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은 신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정학적 요인과 별개로 OPEC+ 내부적으로 증산 요인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OPEC+가 가격 방어를 위해 3년 가까이 공급을 억제했지만 이제 감산이 더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제고를 위해 증산에 나서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사우디 주도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등 OPEC+ 회원국 다수는 할당량을 넘어서는 원유를 생산했고, 대신 사우디가 자체적으로 생산을 200만 배럴 줄여 OPEC+의 감산 기조를 떠받쳤다는 관측도 있다.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사우디의 최근 증산 움직임이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 이란 문제 협조보다는 인공지능(AI) 등 미국의 첨단 기술 접근권을 얻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리서치업체 클리어뷰파트너스의 케빈 북은 "OPEC+의 증산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따른 공급 혼란 일부를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새로운 러시아 제재를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둘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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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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