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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풀처럼 찰나에 아름다워라…한·일 60주년에 만나는 일본미술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오가타 고린의 '가을풀무늬 고소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색 비단의 구석구석이 마치 꽃밭처럼 꽃잎과 줄기로 가득하다. 푸른색 도라지, 금갈색 억새, 노란 싸리, 색색의 국화 등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듯 서로 어우러졌다. 등쪽이 보이게 걸어놓은 옷 모양새에서 이것이 일본 전통 의복 기모노 가운데 고소데(소맷부리가 짧은 기모노)란 걸 알 수 있다. 자수가 아닌 붓질과 안료로, 비단 고소데를 마치 캔버스처럼 물들였다.

일본이 정치·경제적으로 안정기를 누렸던 에도 시대(江戶時代, 1603~1868), 당시 유복한 상인 집안 여성들 사이에선 유명 화가가 직접 무늬를 그린 고소데가 유행했다. 일본 장식 화풍의 대가 오가타 고린(尾形光琳, 1658~1716)도 몇 점을 남겼는데 완전히 전하는 것은 이 한 점뿐이다. 교토 고급 포목상 아들로 훗날 에도에서 활동한 오가타는 신권 이전의 일본 지폐 5000원권(2004년 첫 발행) 뒷면의 붓꽃 그림을 그렸던 화가로도 유명하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을 대표하는 소장품이자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가을풀무늬 고소데’(가로 147.2㎝, 너비 130.2㎝)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을 통해 국내 처음으로 나들이했다. 17일부터 8월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 상설전시관 306호에서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 일본미술 명품전 이후 가장 순도 높은 전시다. 도쿄국립박물관(이하 도쿄박)과 국중박의 소장품 62건이 선보이는데 특히 도쿄박에서 건너온 40건(중요문화재 7건 포함) 가운데 38건은 국내 처음 공개된다.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후지와라 마코토 도쿄국립박물관장이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에서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중심으로 일본미술의 외적 아름다움과 내면의 정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오는 17일부터 8월 10일까지 개최된다. 뉴스1
16일 언론공개회를 통해 만난 전시는 ‘꾸밈의 열정’ ‘절제의 추구’ ‘찰나의 감동’ ‘삶의 유희’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일본 미술을 아울렀다. 특히 주목할 게 ‘찰나의 감동’에 응축된 일본식 정서인 ‘아와레(あはれ)’다. 아와레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순간적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애잔한 정서. 특히 가을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단골 소재로 사랑받았는데, 전시는 일본의 미술·공예 뿐 아니라 아와레가 드러난 시문학 작품 소개도 곳곳에 배치했다.

"もろともに あきゐし菊の 白露も
一人袂に かかる秋かな
함께 일어나 앉아 보던 국화꽃 아침이슬도
홀로 된 내 소매에 내리는 가을이네
-일본 헤이안시대 소설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11세기 초) 속 등장인물 히카루 겐지(光原氏)의 싯구‘

전시를 담당한 최종은 학예연구사는 “예컨대 한국의 ‘한’이라는 감정을 외국인한테 소개하기 어렵듯이, 일본인들이 자연을 보고 감흥했던 아와레라는 정서를 미술품만으론 전달이 부족할 수 있어서 오래된 시문학의 구절을 곳곳에 소개해 이해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가을풀의 정서와 미감은 비극적 서사를 가진 전통극인 노(能)의 의상·소품에도 반영됐다. 이번 전시엔 요네자와번을 다스린 우네스기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다 도쿄박이 소장하게 된 ‘가라오리’(직물의 일종)가 소개됐다. 자수처럼 보이게 빈틈없이 가을풀 무늬를 짜 넣은 만듦새가 정교하다. 이밖에 끝없는 가을풀로 가득한 병풍 두 점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각각 에도시대로부터 전해져 도쿄박에 소장된 ‘무사시노 들판을 그린 병풍’(작자 미상, 6곡 1쌍, 각 154.5×360.6㎝)과 국중박 소장품인 ‘가을풀을 그린 병풍’(와타나베 기요시, 6곡 1쌍, 각 156.0×346.0㎝)이며 도쿄박 소장 병풍은 중간에 교체 전시된다.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중심으로 일본미술의 외적 아름다움과 내면의 정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오는 17일부터 8월 10일까지 개최된다. 뉴스1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권강미 학예연구관은 “노 가면과 채색도자기, 마키에 칠기함 등 도쿄박물관에서 내어준 중요 문화재들은 이번이 아니면 좀처럼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 것”이라면서 “이 전시를 보고 같은 층의 일본실에서 일본 예술의 후원자였던 무사 계층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면 좋은 관람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명품보다는 일본 문화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전시로 추진했고, 도쿄박물관 직원들의 전폭적인 도움에 힘입어 대표작들이 건너왔다”고 말했다. 전시 공개에 맞춰 내한한 후지와라 마코토 도교국립박물관관장은 “일본에 있어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역사, 문화, 미술에서 많은 영향이 있다”면서 “(이번 전시는) 두 박물관이 2002년 상호 교류를 체결한 이래 인적·학술 성과를 보여주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관람 무료. 60주년 상호 교류로 내년 2월 도쿄박에서 ‘한국미술의 보석상자’ 전시가 개최된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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