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00 전화 받았죠" 때리던 與, 이젠 그 전화 기다린다…왜

02-800으로 시작하는 건 대통령실의 번호다. 새 정부 내각 인선이 소문만 무성한 채 확정되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새로운 인사말이 탄생했다. 장관 지명과 관련된 연락을 받았는지 서로 떠보려는 취지다.
민주당 내에서 여러 부처의 장관직에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10명이 넘는다.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정동영 의원이나 환경부 장관 후보가 유력하다는 김성환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에 이름이 오른 전재수 의원처럼 단수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나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로 보도를 탄 사람은 여럿이다. “임기 초 공무원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조직 장악력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지도부 관계자)는 게 민주당 내에서 현역 의원들의 장관 기용설이 비등한 이유다.
한 3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6·3 대선 전부터 관련 연락을 기다리느라 휴대폰만 애타게 보고 있는 의원들이 많이 있다”며 “평소 모르는 번호는 잘 안 받던 의원들도 요즘은 신호음이 3번을 넘기 전에 전화를 받는다”고 전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향해 “02-800-7070 전화를 받았느냐” “대통령이 건 전화가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순직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VIP 격노설을 확인하기 위해 이 전 장관과 2023년 7월 31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난 대통령실 번호 02-800-7070의 출처를 추궁하는 차원이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02-800-7070 발신자와 2분 48초 통화한 뒤 순직해병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초동 수사를 맡았던 해병대 박정훈 대령으로부터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한 수사를 보고 받고, 경찰 이첩을 결재한 것을 이 전 장관이 번복한 것이다. 민주당은 해당 발신자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말고는 성립, 설명이 안 된다”(윤건영 의원)고 보고 있다.

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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