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스토킹 살인' 40대 구속…“도망쳤고 일정한 주거 없어”

대구지법 서부지원 서영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5시 살인 혐의를 받는 A씨(48)에 대해 “(범죄 후) 피의자가 도망했고, 일정한 주거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살인 혐의로 도주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A씨는 이날 오후 1시 40분쯤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파란색 야구모자와 검은색 티셔츠, 면바지 등을 입고 법원에 출석한 A씨는 “유족들에게 할 말은 없느냐” “스토킹 혐의를 인정하느냐” “살해 동기는 무엇인가”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약 10분간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도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0일 오전 3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 침입해 5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차를 타고 세종시로 도주했다. 자신의 차량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린 뒤 택시를 타고 세종시 부강면 한 야산으로 향했다. A씨의 가족 산소가 있는 곳이다. A씨는 산 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에 잡혔다. A씨 가족 묘소에서는 소주병 2개가 발견됐다.
대구경찰청·세종경찰청·충북경찰청 등 3개 경찰청이 공조해 수백명의 경찰과 탐지견·드론 등을 동원해 A씨를 추적했다. 세종시는 시민들에게 “당분간 입산과 외출을 자제하고 인적이 드문 장소 출입 등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잠수부를 동원해 근처 저수지도 수색했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A씨가 하산해 다른 지역으로 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색 범위를 청북 청주 등으로 넓히던 중 A씨가 세종시에 사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A씨는 지인에게 공중전화로 “춥고 배고프다.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 14일 밤 조치원읍의 한 컨테이너 창고에서 만나기로 했고, 경찰은 잠복 끝에 오토바이를 타고 온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검거 당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으며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세종시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추정됐다. A씨는 “추적을 피해 야산 등에서 숨어 지내다 심신이 지쳐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14일 산에서 내려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피해자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집 앞에 지능형 CCTV를 설치했다. 지능형 CCTV는 가해자 등이 집 주변을 배회하거나 경계구역을 침범할 경우 CCTV가 가해자 등을 인식해 안전조치 대상자에게 실시간으로 비상 알림을 전송하고, 112 긴급신고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112상황실에서도 CCTV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주변 순찰차에 긴급 출동 명령을 내린다.
경찰은 A씨가 범행 당일 복면을 쓰고 6층까지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해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워치 또한 B씨가 최근 경찰에 반납한 상태였다. 결국 B씨는 흉기에 찔린 채 심정지 상태로 가족에 발견됐으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1시간여 만에 사망했다.
백경서([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