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마 빛깔 레이싱카, 유럽 홀렸다…제네시스 첫 출전 '르망 24시' 가보니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200㎞ 남짓 거리에 위치한 소도시 르망. 이곳의 카레이싱 경기장 ‘라 사르트 서킷’에는 경주용 자동차들이 즐비했다. 그중에 뜨거운 마그마의 주황색 빛으로 물든 경주용 차량이 눈에 띄었다. 18번 번호표를 단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GMR)’이 준비한 경주용 자동차다. 경기장 시계가 오후 4시를 알리자 총 62대의 경주용 자동차가 일제히 굉음을 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제네시스팀의 자동차는 130데시벨(dB)의 엔진음을 내며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고성능 자동차들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레이싱 대회 ‘르망 24시’의 시작이었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 내구 레이싱 대회(WEC)의 4번째 라운드인 르망24시는 미국에서 열리는 ‘데이토나24’ ‘세브링12’와 함께 세계 3대 내구 레이싱 대회로 꼽히는 글로벌 모터스포츠 행사다. 르망24에서는 참가 팀마다 운전자 3명이 차량 한 대를 이용해 24시간동안 13.6㎞의 경기장을 300여 차례 주행하는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거리를 주행한 팀이 우승자로 뽑힌다. 2시간이면 경기가 끝나는 고속 주행 경기 ‘포뮬러1(F1)’과 달리 르망24시는 꼬박 하루가 걸리는 만큼 차량의 속도뿐만 아니라 안정성, 내구성, 팀워크 등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제네시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현지 인지도를 높이고 성능의 우수함을 알린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가 지난해 창단한 모터스포츠팀 GMR은 프랑스의 모터스포츠팀 이덱(IDEC)스포츠와 손잡고 르망24시 대회의 중간 등급인 LMP2에 출전했다.
하지만 GMR의 차량은 경기 시작 14시간만인 15일 오전 6시 10분쯤 멈춰섰다. 주행 중 여러 차례 정비(피트스톱)를 거치면서 힘겨운 레이싱을 이어가다 더 이상 달리지 못했다. 경기 주최 측은 “오른쪽 뒷바퀴에 이상이 발생해 차량이 멈췄다”라고 발표했다. 르망24시 3회 우승 경력의 베테랑 드라이버인 안드레 로테러를 비롯해 제이미 채드윅, 마티스 조베르 등 GMR 선수단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차에서 내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제네시스의 르망24시 경험을 자양분 삼아 고성능 모터스포츠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르망24시는 최고 등급 경기인 하이퍼카(21대)를 비롯해 르망 프로토타입2(LMP2·17대), 르망 그랜드투어러3(LMGT3·24대) 등 3개 등급 경기에 총 62대의 경주용 차량이 참가했다. 경기장은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30만명의 관람객으로 가득찼다. 한꺼번에 대규모 인원이 몰리면서 숙박시설이 부족하자 상당수 관람객들은 서킷 주변의 캠핑 구역에 수만 개의 텐트를 치고 밤새 경기를 지켜봤다.
제네시스는 르망24시 대회 개막에 앞서 경기장 인근에 200㎡ 규모의 부스를 설치하고 관람객들에게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전략을 공개했다. 시릴 아비테블 GMR 총감독 겸 현대모터스포츠법인장은 지난 13일 모터스포츠 전략 발표 자리에서 비빔밥 사진을 띄우고 “모터스포츠 전략은 한국의 전통 음식인 비빔밥과 같은 접근법이 필요하다”라며 “단순한 레이싱 참가를 넘어 24시간 동안 주행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련 체계를 원활하게 개발하기 위해 (비빔밥처럼)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역량을 갖추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GMR이 개발 중인 하이퍼카 모델 GMR-001은 르망24시 대회 기간 중 제네시스 부스에 전시돼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GMR은 내년 르망24시에 개발 중인 신차로 최고 등급 경기인 하이퍼카에 출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에서 온 마크 밀러 씨는 “26년째 르망24 대회를 찾아오고 있는데, 새로운 브랜드가 이 무대에 도전하는 것을 보니 반갑다”라며 “내년 하이퍼카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르망24시 LMP2 등급 우승을 차지한 팀은 폴란드의 레이싱팀 ‘인터유로폴컴페티션’이었다. 최상위 등급인 하이퍼카 경주에서는 이탈리아 페라리의 ’AF 코르세’가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오삼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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