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의 행복한 북카페] 정물은 살아 있다

‘음식을 구하고 구한 음식을 먹기까지의 그사이에 시간이 있다. 음식이 어딘가에 놓이는 시간이다.’ 시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한 이 책은 정물의 기원에서 출발해 ‘탁자 위의 사물들’을 묘파한다. 화가들이 즐겨 그리던 정물이 변한 것은 사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19세기다. 이제 정물은 사적인 개인을 보여주는 작은 소우주, 취향과 필요를 담고 있는 흔적이자 증거로서 탐정소설을 불러온다. 『여섯 개의 나폴레옹』에서 셜록 홈스는 나폴레옹 흉상만 부수고 다니는 범인을 찾아다니는데 저자가 주목한 것은 흉상, 특히 머리가 강조된 두상이며 그것이 파괴되는 이미지이다.

피카소·세잔·고흐·니체·키츠…. 수많은 인물이 자신의 정물을 들고 등장하는 이 책을 넘기다 보면 ‘움직이지 않는 소재’를 가리키는 정물의 의미가 달라진다. 정물이 진동하고, 작동하고, 움직이며, 살아있는 풍부한 느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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