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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이후 멘털 흔든 이 대통령의 연속 질문 [김성탁의 이슈 해부]

취임 열흘로 본 이재명 대통령 스타일
김성탁 논설위원
21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경기도 성남에서 했다. 성남을 ‘정치인 이재명이 만들어진 곳, 소년공 이재명이 고난도 겪었지만 꿈도 키워낸 곳’이라고 소개하며 “실천으로 성과를 만들어온 충직하고 유능한 일꾼, 이재명에게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대선 승리 후 열흘 남짓 동안 이 대통령은 여러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4일 국회 취임사에 국정 운영의 방향이 담겼다.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고,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

“이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이 대통령과 오래 관계를 맺어온 민주당 소속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를 맡아 일할 때도 이념과 관련해선 별로 신경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반도체특별법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에 공감을 표했다가 당내 강성파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이 대통령은 이념이 아니라 합리적인 정책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주로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실용적인 관점은 취임 당일 새 정부 첫 인선 발표 과정에서도 관찰됐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지난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을 그대로 진행할 것이냐”는 일본 언론의 질문에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며 “국가 정책을 개인의 신념처럼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것은 어렵고, 그게 현실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상인의 현실 감각과 서생의 문제 의식, 두 가지를 갖춰야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한일 관계도 실용적 관점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현안을 뒤섞지 않고, 서로 도움이 되는 건 추진하고 피해가 되는 건 피하되 적정선에서 타협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청소 노동자들을 찾아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취임 당일 이 대통령의 행보 중 청소 노동자를 찾아간 장면이 인상 깊었다는 측근들이 꽤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 후 국회 청소 노동자와 방호직원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대통령 내외가 쪼그리고 앉아 미화원들과 사진을 찍은 것을 두고 “초심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경북 안동에서 올라와 성남에서 어렵게 살던 시절 이 대통령 가족은 주로 청소 노동에 종사했다. “폭우 속에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제 유세를 듣는 국민에게서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을 봤다. 장대비쯤이야 아무렇지 않을 만큼 국민이 얼마나 힘들고 절박한지 알 수 있었다”고 한 취임사의 취지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취임 직후 청소 노동자 방문, '초심' 보였다는 평
김문수에 안부 전화, 하지만 관심은 내년 지방선거
공무원 능력 인정, 잘 다루면 성과 낸다는 입장
G7 전 의견 수렴 위해 취임 9일만에 재계 간담회
“내년 부산 박 터지겠네요”
이 대통령이 취임 첫날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와 오찬을 함께한 것도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야당 대표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영수회담 제의를 했던 터라 대야 관계에서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인지 기대를 낳게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경쟁자였던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안부 전화도 걸었다. 휴대전화로 '잘 계시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김 전 후보의 건강과 함께 배우자 설난영 여사의 안부도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협치 무드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의중에 이미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한남동 관저에서 가진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 말미에 “내년 부산 박 터지겠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만찬 참석자는 “대선 때 부산이 치열하지 않았느냐.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했던 부산 관련 공약을 잘 지킬 테니 내년 지방선거도 열심히 준비하라는 취지로 우리는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PK(부산·울산·경남)에서 역대 민주당 계열 대선 후보 중 최고 득표율인 40.14%를 기록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39.87%, 19대 대선에서 38.71%를 기록했었다. 부산상고를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도 29.85% 득표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첫 국무회의에서 세종에 있는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신속히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을 보면 취임 후 첫 대형 선거를 겨냥한 준비를 벌써 시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해 대비 홍수 예·경보 시스템 현장 점검을 위해 12일 서울 서초구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마음 맞고 능력 있으면 계파 안 따져
이 대통령의 용인술과 관련해선 계파를 따지지 않고 마음 맞고 일 잘하는 능력을 갖춘 이를 선호한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이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잘 알던 사이는 아니지만, 민주당과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정무 감각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 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언이다.

386 정치인의 선두 주자로 꼽혔던 김 총리 후보자는 과거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던 인물이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대신 정몽준 후보를 택하면서 정치권에서 멀어졌는데, 이번에 재기한 셈이다. 외교 안보라인에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이 발표됐고, 통일부 장관에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과거 민주당 계열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이 많은데, 국정 운영에는 신인 발탁보다 업무 경험과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쓰는 게 낫다는 기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여권 정치인들의 중량감을 높여주려는 경향이 나타나자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에 배울 점”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병욱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내부 인재를 고루 내각에 등용하고 건전한 후계 경쟁을 유도한다. 3년 전 우리 정부가 홍준표 국무총리, 유승민 경제부총리, 이준석 당 대표 체제로 당과 정부를 운영했다면”이라고 아쉬워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대통령은 공무원이 우수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어떻게 그들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는 입장이라고 민주당 소속 인사가 전했다. 지난 12일 이 대통령은 수해 대비 상황 검검 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 우수관 관리를 잘 안 하는 건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관리 부서는 사고 나면 문책, 심지어 구속당할 수도 있어서 대개 미움받는 공무원을 보낸다는 말이 있다. (부처 요직으로 꼽히는) 인사 담당 부서가 안전관리를 겸하게 하자는 제안을 비서실장이 대통령실 차원에서 검토하라"고 했다. 취임 첫 인사에서 이 대통령은 정책 멘토였던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국정기획위원장에 앉히고, 경제·금융 분야의 정통 관료 출신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정책실장에 임명했다.

“그래서 뭐를 하자는 거죠?” 구체적 논의
지난 11일 이 대통령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아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과장급 직원이 “처음 말씀 드리다 보니 긴장이 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편하게 하세요. 형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라고 했다. 직원은 시장 감시 단계에서 불공정 행위가 포착되면 금융위원회에 통보하는데, 불공정 거래 세력들의 행위를 사전 예방하려면 유관 기관 간 공조가 중요하다면서 신속한 정보 공유를 위해 조직과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발언을 곰곰이 듣던 이 대통령은 “시장 감시 인력 확대는 자체적으로 하면 된다고 하고, 권한 확대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면서 "불공정 세력이 매도하기 전 사전 포착해서 기관끼리 공조해 뭐를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후 또다시 구체적인 방법론을 해당 과장에게 되물은 뒤 “문제 제기 정도로 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행정 당국이 검토해볼 문제 같다”고 마무리했다.

대통령과 즉석에서 일문일답을 하게 된 직원에 대해 사회자가 “연이어 (대통령의) 질문을 소화하느라 과장이 멘탈이 나간 것 같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브레인스토밍 하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말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통상 대통령이 세밀한 정책 내용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은 실무자들과 세부 내용까지 토론하고 의견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 확인된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중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 각료들과 점심으로 김밥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서너 시간씩 하면서 현안 대응책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인지 이 대통령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를 국정상황실장에 임명한 뒤 대통령실 회의장에서 만나 “잘 부탁드린다. 상당히 노가다 자리”라고 표현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3특검 후보 중 세 명을 이 대통령이 최종 지명한 시간은 한밤중인 지난 12일 밤 11시 9분이었다. 이 대통령이 취임 9일 만에 재계와 첫 공식 간담회를 가진 데 대해서도 한 측근 인사는 "역대 민주당 출신 대통령 중 가장 빨리 마주 앉은 것인데, G7 정상회의 출국 전 의견을 듣고 가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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