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서승욱의 시시각각] 윤석열 부부의 3년, 이재명의 2주

    서승욱 정치외교안보 부국장
"어느 날 대통령실에서 제작한 달력을 받았는데, 사진 열두 장 중 다섯 장에 김건희 여사가 등장하더라. 강아지도 수도 없이 나오고…. 이걸 보는 순간 '나라에 망조가 들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최근 저녁 식사 때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였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용산 대통령실에서 배포했다는 2024년 달력을 말하는 듯했다. 달력 속 사진들은 그의 묘사 그대로였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반려견, 경호견이 함께 찍은 사진이 정말 많긴 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2023년의 의미 있는 성과와 현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는 사진을 선정했다"고 했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부부 화보집'에 가까운 달력을 받아든 이들은 나라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간파했다.

특검의 칼날을 기다리는 숱한 의혹들은 차치하고 김 여사 사진이 부른 논란만 도대체 몇 번이었나. 일파만파의 파장을 부른 캄보디아 선천성 심장질환 소년 사진, 개인 화보 논란으로 번졌던 순천만 국가정원 방문 사진, 교통 통제 시비를 불렀던 마포대교 도보 순찰 사진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에서 소위 '김건희 인생 사진 3종'으로 불리는 컷들이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여사님이 너무 젊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며 해명에 쩔쩔맸던 기억이 새롭다. 해외 순방 때마다 이벤트를 만들어내야 하는 대통령실 직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외교 관례상 뜨악하게 만드는 지시가 너무 많아 기겁했다" "사라진 제2부속실 대신 모든 비서관실이 여사 관련 업무에 매달렸다"는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반대로 "우리 여사님은 경국지색(傾國之色·임금이 혹해 나라가 기울어져도 모를 정도의 미인)"이라며 심기 관리에 몰두했던 '김건희 라인 비서관'들은 호가호위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은 만끽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해야 하는데, 지난 정권의 현실은 정반대였다.
지난해 4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 시작 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대통령)를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 역시 당선 직후부터 겁이 없었다. 당선으로부터 일주일이 채 안 돼 언론사 간부들로 조를 짠 저녁 술자리 순회가 시작됐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산더미였던 시기에 상상하기 어려운 일정이었다. "술이 고픈 당선인이 소통을 핑계로 일부러 만든 자리 아니냐"고 의심하며 집무실 주변 식당으로 불려 나간 언론사 간부들은 거침없는 폭탄주 세례에 추풍낙엽 신세였다. 그날 대통령의 입에선 설익은 정보와 구상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왔고, 이는 훗날 국정 운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됐다. 권력은 내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것인데, 부부에겐 이런 의식이 너무 희미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계엄의 형식을 빌린 국민 계몽령'이란 허무한 폭주로 귀결됐다.
권력은 내 것 아닌 국민 위한 것
그걸 몰랐던 전임자 부부의 몰락
"내 1시간=5200만 시간" 잊지 말길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 오늘로 꼭 2주가 됐다. 성적을 따지기엔 너무 이르지만 '무난한 출발'이란 긍정 평가가 꽤 많은 듯하다. 대통령비서실장의 며칠 새 퀭해진 얼굴이 '이재명 정부'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등 새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도 높은 편이다.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이 쏟아낸 말 중 "공직자의 한 시간은 (전체 인구를 곱한)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대목에 특히 눈과 귀가 간다. 이 말이 의미하는 공직자의 공복의식이야말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몰락을 부른 '권력 사유화'의 대척점에 서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3년 전 대선에서 석패한 다음 날 통화에서 "꼭 부탁드리고 싶다. 진짜 꼭 성공한 대통령이 돼주십시오”라고 윤 전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한다. 그랬던 이 대통령이 이젠 대한민국의 명운을 걸고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대통령의 힘과 시간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는 기본적 원칙에만 충실해도 성공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반대로만 하면 그 길이 훨씬 더 잘 보일 것 같다.



서승욱([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