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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별 어울리는 맛이 있다?…‘데이터로 증명된 맛’ 선택의 시대 [트랜D]

우리가 슈퍼에서 손쉽게 집어 드는 과자·사탕·빵과 같은 간식은 더는 단순한 공장 생산품이 아닙니다. 이 작은 간식들 뒤에는 점점 더 정교해지는 기술, 특히 인공지능(AI)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식품 제조는 오래전부터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접목되면서 그 활용 방식과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단순한 생산 라인 최적화를 넘어서 소비자 기호 분석, 맛의 조합, 품질 관리, 심지어 신제품 개발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AI 식품 이미지. 챗GPT


AI가 분석하는 ‘맛의 데이터’…시간별·상황별 맛 설계한다

식품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의 ‘맛’에 대한 만족입니다. 하지만 맛이라는 감각은 개인마다 다르며, 단순한 설문조사나 판매량만으로는 그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AI는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선호도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 개선과 개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식품 대기업인 ‘네슬레’는 자사 디저트 제품군의 품질과 고객 반응을 높이기 위해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네슬레는 수천 개 이상의 소비자 리뷰와 피드백 데이터를 인공지능 모델에 학습시켜, 어떤 성분 조합이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합니다. 이 데이터는 단순히 당도의 높낮이나 단맛의 정도를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바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질감의 비율, 젤리의 탄력도, 사탕이 입에서 녹는 속도 같은 정교한 항목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소비자의 미각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고려한 제품 설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를 수집해 감성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자, 어릴 때 먹던 맛이야”와 같은 표현을 통해 단순한 맛을 넘어 ‘기억에 남는 감성’,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반영합니다.
AI 레시피 플랫폼. dishgen
네슬레는 커피 품종 개발에도 AI 기술을 활용합니다.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고품질 아라비카 커피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외부 대학들과 협력해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확량·병해 저항성·풍미 등의 특성을 분석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가장 우수한 품종을 선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AI는 독창적인 레시피도 개발합니다. 재료의 분자 구조와 궁합을 분석하고, 독창적인 레시피를 만들어낼 수 있는 ‘AI 레시피 제너레이터’라는 이름의 서비스와 플랫폼이 이미 출시되어 있습니다. AI는 다양한 소비자 집단의 반응 데이터를 바탕으로 레시피를 조정해 “민트 향은 줄이고, 초콜릿 밀도는 높이는 가벼운 민트초코”와 같은 형태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AI를 통해 특정 문화권이나 계절적인 요인, 아침 식사 대용이나 야식 간식과 같이 시간대에 어울리는 맛 조합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AI는 단순한 기계적 조합을 넘어, 시간과 맥락을 고려한 ‘상황별 맛’까지 설계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AI는 식품 산업에서 단순한 제조 공정을 넘어 소비자의 감성·건강·시간까지 고려한 맛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맛의 개인화 시대…내 몸에 맞는 맛 추천도

AI는 공장의 자동화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센서와 카메라, 로봇 팔이 설치된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AI가 전체 공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제어합니다. 예를 들어, 빵의 굽는 정도를 이미지 분석으로 판단해 너무 익은 제품은 걸러내고, 표면 색상과 균열 여부를 기반으로 품질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AI로 분석하는 식품. 챗GPT
또한 AI 기반의 예측 모델을 사용하면 설비 고장을 미리 감지하고 정비 일정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 과자 회사는 과자 반죽의 점도, 오븐 온도, 초콜릿 코팅 속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동화는 제품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AI는 생산량과 원재료의 수급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급망 최적화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계절성 수요나 트렌드를 반영해 적정 생산량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며 원가 절감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AI가 식품 산업에서 만들어낸 또 다른 변화는 ‘개인화된 간식’입니다. 소비자의 건강 정보, 알레르기 데이터, 다이어트 목표 등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간식을 추천하거나 제작하는 서비스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를 바탕으로 포장 디자인부터 성분 비율까지 조합하고 수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푸드 테크 스타트업은 AI를 통해 고객의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단백질 바를 추천하거나, 건강 간편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맛’을 찾아주는 식품으로,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겨냥한 사례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맛의 개인화’는 AI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데이터로 증명된 맛’ 선택하는 시대가 온다

우리는 이제 ‘맛’이라는 감각적 경험조차 기술로 설계하고, 분석하며, 재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AI는 단순해 보이는 간식 제작 과정 전반에 스며들며, 더 정밀한 생산, 더 정교한 기호 분석, 더 개성 있는 맛의 창조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장 자동화 수준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취향을 데이터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식품 AI 품질 관리. 챗GPT
과거에는 연구원이나 개발자가 직접 성분을 배합하고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면, 이제는 데이터 정리와 분석부터 레시피 개발에 이르기까지 AI가 그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실험을 거치지 않더라도 AI는 방대한 맛의 데이터베이스와 소비자 반응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적인 조합을 도출해냅니다. 이는 개발 기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실패 확률을 낮추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결국 AI는 사람의 직관과 감각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미묘한 차이를 분석하고 구현함으로써, 인간의 미각을 더욱 섬세하게 만족하게 하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점점 더 다양하고 고급화된 맛을 원하며, 기업은 이에 맞춰 AI를 도구로 삼아 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지적이고 정교한 진화는 우리가 먹는 모든 간식 속에 작은 기술 혁명을 숨겨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슈퍼에서 간식을 고를 때, 단순히 입맛이 아닌 ‘데이터로 증명된 맛’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트랜D([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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