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 속 미국 기준금리에 쏠린 눈
미국·영국 중앙은행, 이번주 금리 결정 전문가 다수 "유가 급등에 인플레 부담…금리인하에 신중할 것" "경제·노동시장 충격 크다 판단시 조기에 내릴수도" 견해도
미국·영국 중앙은행, 이번주 금리 결정
전문가 다수 "유가 급등에 인플레 부담…금리인하에 신중할 것"
"경제·노동시장 충격 크다 판단시 조기에 내릴수도" 견해도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번 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중동 위기가 유가 급등을 불러와 전 세계적으로 물가에 부담을 주는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영국의 잉글랜드은행(BOE) 모두 금리인하에 더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이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중동발 새 경제 충격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과 영국이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미국 연준이 최근의 인플레이션 완화에도 불구하고 유가 급등 가능성 때문에 당분간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무력 충돌이 더 격화할 경우 원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연준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이후 소비자 물가가 급등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으로 성장이 저해되고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해 있어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이사들이 금리 인하와 관련해 의견이 완전히 반으로 갈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KPMG 미국 지사의 다이안 스웬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상황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어려운 림보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동결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은행도 지난달 금리를 인하했지만 이번 중동 위기로 오는 19일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4.25%로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최고 12% 급등했다가 하락하는 등 출렁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석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는다면 유가 급등은 진정될 것으로 본다.
도이치방크의 짐 레이드는 "이란 원유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면 원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급등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란 원유 수출이 50% 정도 줄고 추가적인 혼란이 없는 정도의 상황이라면 유가는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국제 원유 시장은 현재 절제된 상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해운 무역청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 수는 지난주 111척으로 이전 주의 147척에 비해 감소했지만, 해협이 폐쇄될 조짐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중동의 무력 충돌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늦출 것으로 보지만 오히려 앞당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윗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연준이 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기조를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 급등이 경제와 노동 시장에 주는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작용하는 영향보다 더 크다고 판단할 경우, 연준은 금리 인하 신호를 예상보다 일찍 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은 가격 상승과 매출 감소를 의미하는데 오랜 기간 유가 하락이 이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그 결과는 무역전쟁의 영향과 똑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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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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